지금은 우리 안의 ‘프레드릭’을 깨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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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우리 안의 ‘프레드릭’을 깨울 때 
  • 김화이 객원기자
  • 승인 2020.04.21 0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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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산책4
<프레드릭>, 레오 리오니 그림/글, 시공주니어, 1999

 

세월이 흘러 2020년을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들까요. 맘놓고 꽃구경 한번 다닐 수 없었던 아쉬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느라 외식도 여행도 즐기지 못한 방콕생활의 외로움? 아니, 어쩌면 감염병 트라우마로 인해 아무것도 기억하기 싫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 추세로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날로 쌓여갑니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과 다르지 않을 거라는 사실에 봄이 왔는데도 마음은 차디찹니다. ‘마음방역’이 절실한 이때, 자신만의 ‘색깔’과 ‘이야기’로 우리의 지친 마음을 위로해줄 <프레드릭>을 소개합니다. 

겨울이 다가오자 들쥐들은 옥수수와 나무 열매, 밀과 짚을 모으며 월동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오로지 프레드릭만 빼고요. 왜 일을 안 하냐고 묻자 “나도 일하고 있어. 난 춥고 어두운 겨울날들을 위해 햇살을 모으는 중이야”라고 말합니다. 또 어떤 날은 “색깔을 모으고 있어”라거나 “이야기를 모으고 있어” 하고 답합니다. 밤낮없이 먹이를 구하기도 바쁜데 햇살과 색깔, 이야기를 모은다니. 이 무슨 뚱딴지같은 변명일까요.

드디어 겨울이 되었고 첫눈이 내립니다. 처음엔 먹이가 넉넉해 행복했죠. 그러나 비축해둔 양식이 떨어져 배가 고프고 찬바람마저 스며들자 들쥐들은 생기를 잃습니다.

그때 프레드릭은 들쥐들에게 지난 계절 동안 열심히 모았던 ‘찬란한 햇살’과 ‘아름다운 색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놀랍게도 들쥐들은 점점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고 마음속의 색깔들을 또렷이 보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배는 고프지만 희망을 느꼈기에 다가올 봄이 기다려지죠.

예술가적 면모로 혹한과 굶주림이라는 시련 속에서 들쥐들을 구해낸 프레드릭처럼 멋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우리 역시 무채색이 돼 버린 일상을 다시 알록달록하게 물들일 수 있습니다. 나만의 ‘색깔’과 ‘이야기’를 발견할 준비, 되셨나요? 


4월 16일자  온라인특별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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