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원불교 교도에게 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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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원불교 교도에게 주는 의미
  • 전정오 교도
  • 승인 2020.04.29 21:48
  • 호수 11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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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코로나19와 전쟁 중이다. TV뉴스만 틀면 코로나 관련 이야기다. 인류는 대규모 재난이 상시적으로 분출될 수 있는 위험사회에 살고 있다고 경고했던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백이 살아 있다면, 빈곤은 차별적이지만 코로나19는 차별이 없다고 갈파했을 것이다. 그의 예견대로 코로나는 지역·국가·인종·계급을 가리지 않고 공간의 경계를 넘어 동시간대에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국가위기단계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결혼식장, 장례식장, 종교 집회, 각종 친목 모임 등이 거의 중단됐었다. 필자도 1학기 강의 전체를 온라인으로 전환했고, 교당 법회도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교도 가족과 11시 라디오 법회로 대신했다.

어떤 회사는 화상회의, 재택근무는 물론 회식도 화상으로 한다는 웃지 못할 현상까지 발생했다. 각자 집에서 음식을 배달하여 화상으로 얼굴을 보며 건배도 하고 담소도 한다고 하니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후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변화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코로나19 치료에 필수적인 산소호흡기는 개당 5천만 원 정도 한다고 한다. 우리가 평생 공짜로 숨을 쉬고 있는데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한다면 숨 쉬고 있는 것만 해도 천문학적인 액수가 된다. 또한 대구에서 집단 감염사태가 발생하자 모자라는 의료 인력들을 도우고자 앞다퉈 대구로 간 의료진들과 구호물자, 각종 성금, 자원봉사자들을 보면서 평소 말로만 외치던 천지은, 동포은이 코로나 사태로 더욱 실감이 났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의 위상 또한 세계에 드러났다. 정부의 발 빠른 대처와 위기 때마다 살아나는 한국인의 위기극복 DNA의 발로로 세계의 칭찬과 동경이 한국으로 쏠렸다. 세계 곳곳에서 극심한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일어났지만 우리나라는 차분했다. 온라인 쇼핑몰, 대형마트, 편의점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이 포진되어 있는 데다 물류시스템도 잘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사재기 대란 없는 한국’에 휴지, 손 소독제, 쌀 등을 보내달라는 각국의 요청이 쇄도했다.

이미 국내 대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IT기술은 물론, 최근엔 BTS, 봉준호 감독의 위상으로 음악과 영화 부문에서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코로나19는 우리나라의 최고급 의료서비스 수준과 더불어 대한민국 국민의 질서 의식, 봉사정신 등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가 정신의 지도국, 도덕의 부모국이 될 날이 한층 다가서고 있음을 알게 했다.

이번 사태로 모든 면에서 맞대결 양상을 보이던 중국, 러시아까지 미국을 돕기 위해 병원선, 의료장비 등을 보내고 있다. 원기46년에 정산 종사께서 ‘장차 우리 인류가 한 큰 집안과 한 큰 권속과 한 큰 살림을 이루고, 평화 안락한 하나의 세계에서 함께 일하고 함께 즐길 기본 강령’으로 삼동윤리를 발표하셨는데, 이는 호리도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지구촌이 하나가 되어 서로 돕고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계적인 재앙으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정법이 드러나는 하나의 계기도 된다. 이를 계기로 천지·동포은 등 사은에 보은하는 마음을 한층 굳건히 하며, 인류는 한 가족임을 깨달아 낙원세계 건설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 또한 은생어해(恩生於害)가 아닌가. 부분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점들은 교당 교무들을 통해 다시 검증 받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5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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