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지역사회 보은행이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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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지역사회 보은행이 된다면…
  • 강현욱 교무
  • 승인 2020.05.11 01:19
  • 호수 11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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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연대는 지속가능한 보은사업
지원기관 방문해 필요 물품 문의·지원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사회가 종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제도 종교의 시대는 막을 내렸고 이제는 종교에서 영성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 원불교도 대중의 마음을 치유하는 영성 수행 집단으로 가야 할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신앙과 수행 양 방면을 모두 실천하는 것이 원불교의 정체성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매일 증가하고 있을 때, 원불교는 봉공회를 중심으로 대구에서 소방공무원 300여 명에게 밥차를 지원하고, 마스크 품귀현상이 한창일 때는 봉공회원들이 직접 제작한 면 마스크 1만 개로 소외계층이나 임산부에게 우선 나눴으며, 출가교역자를 중심으로 마스크 양보하기 운동에 동참했다. 4월 한 달간은 교단적으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특별기도를 올렸다.

앞으로도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사람들은 종교계에 진리불공과 실지불공을 함께 요구할 것이다. 그때에 원불교는 개인의 영성회복과 더불어 실질적인 보은실천을 함께 고안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단에 제안을 하나 드린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실지불공으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단체에 지원하는 운동을 펼치자. 예를 들어 이주노동자, 불법체류 이주민 자녀들, 북한이탈주민과 저소득근로자, 결식아동, 취약계층, 투쟁사업장 등이다. 특히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여성 쉼터 기거자들의 경우 지원금이 세대주에게 지급되기 때문에 혜택을 받기가 어려우며 대부분 지역에 쉼터가 있어서 교당에서 지원하기가 용이하다.

긴급재난지원금은 현금화하여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고, 본인이 사는 광역지역단체 안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8월 31일까지 사용해야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현물을 구입해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 긴급물품이 필요한 곳을 찾아 지원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방법은 먼저 교당에서 지역사회 취약계층을 알아본다. 만약 직접 찾는 것이 어렵다면 이미 취약계층들과 연대하고 있는 단체나 기관에 협력하는 방법도 있다. 다음은 지원 당사자 또는 연대 단체와 만나 필요한 물품을 알아본 후 구입해 전달한다. 이것이 현물 지원의 효용성을 높이는 가장 빠른 길이다. 교당을 통해 현물 기부를 했다면 교도들의 사업성적으로 반영해 주자.

이처럼 긴급재난지원금을 통한 지역사회 연대는 일시적 행사가 아닌 앞으로 지속할 지역사회 보은사업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미비했던 지역사회 보은행을 재난지원금을 통해 다시 살려낸다면 종교의 공익성에도 파급력이 클 것이다.

글/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교당 강현욱 교무

 

5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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