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세계의 과제,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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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세계의 과제, 불평등
  • 정형은 교도
  • 승인 2020.05.26 21:43
  • 호수 11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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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10년 전 중학생이던 제자 둘이 스승의 날이라고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스승이라는 말조차 부끄러운 날이지만 잊지 않고 만나자는 녀석들이 고마워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점심을 먹자고 할 때 눈치챘어야 했다. 스물다섯 건강한 청년들이 대낮에 점심 약속을 한 것부터가 요즘 어떻게 살고 있는지 말해 주고 있지 않은가.

대학을 못 갈 형편이던 그 애들은 일찌감치 결혼을 해서 아이 아버지가 되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그나마 다니던 일도 쉬고 있다고 했다. 집안에 돈 벌어오는 사람이 없어 긴급재난지원금이 얼마나 숨통 트였는지 모른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 친구 중 하나는 중학생 때 같이 사제동행 바다체험을 갔을 때 처음으로 바다를 본다고 말해서 내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이 있다. 또 한 친구는 곧 둘째가 태어날 거라서 당장 뭐라도 일을 시작해야 다섯 식구가 먹고살 수 있다.

문득 지난 겨울 온 세계가 열광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영화가 떠오른다. 반지하 셋방에 사는 전원 백수인 기택의 가족은 아무리 애써도 넘을 수 없는 계층의 벽 앞에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라고 읊조린다. 기택의 부인은 “돈이 다리미라구. 돈이 주름을 쫘악 펴줘” “착해서 돈이 많은 게 아니라 돈이 많으니까 착한 거야”라는 명대사를 남긴다.

이 영화는 그동안 보아온 선악의 이분법으로 나뉜 계층 갈등과 달리, 아무도 나쁘진 않지만 다가설 수 없고 뛰어넘을 수 없는 계층의 한계가 비극적 종말로 이어지는 사회구조의 단면을 보여준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9%를 차지했다. 1990년대에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35%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불평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불평등 문제는 한국만이 아니라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 감세정책 등으로 인해 벌어진 전 세계적 현상이다.

그러나 유럽의 경우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대에서 완만하게 증가하는 데 비해 한국은 양극화 속도가 매우 빠른 셈이다. 2018년 상위 1%의 연평균소득은 4억 원(중위소득의 17배), 상위 10%의 연평균소득은 1.3억 원(중위소득의 5.4배)이지만 하위 10%의 연평균소득은 200만 원에 불과하며 하위 50%는 1,145만 원에 그친다고 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어디로 향해 가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과거 메르스, 사스와 같은 감염병 대유행이 일어난 뒤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지는 상황이 되풀이되곤 했었다.

디지털 격차가 소득불평등으로 이어지고 교육불평등과 건강불평등을 낳는 연쇄반응을 어떻게 차단할지,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우리들이 한울 안에서 어떻게 코로나 이후 세계를 정의롭고 평등하게 만들 수 있을지 같이 길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로 실업 위기에 놓인 취약계층과 업종에 따라 훨씬 더 큰 피해를 입는 사람들의 생존기반을 사회적으로 마련하고, 같이 잘 사는 나라를 향해 어떻게 나아갈지 모두가 지혜를 모을 때다.

정형은
여의도교당
청소년문화연대 킥킥 대표

 

5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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