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이, 뭇 생명이 다 하느님과 부처님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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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뭇 생명이 다 하느님과 부처님의 모습입니다
  • 맹주형
  • 승인 2020.05.29 19:36
  • 호수 11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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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종교인이 바라본 원불교환경연대의 10년 발자취
맹주형/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평화환경 연대 담당

 

돌아보면 원불교 환경연대와 참 많은 일을 함께했습니다.

우리들의 곳곳에서 작은 행동과 경험들이 모여

‘온전한 생태계(integral ecology)’를 만들 것입니다.

같은 꿈을 꿉니다. 생태 문명의 세상을 만드는 꿈.

사랑의 문명, 돌봄과 은혜의 문명을 만드는 같은 꿈입니다.

지난 십 년처럼 앞으로도 생태의 홀씨를 퍼뜨려주시길 바라며

원불교 환경연대 1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2009년 이명박의 4대강 난개발사업 당시 저는 교무님들과 여주, 상주, 서울 시청 등에서 함께 걸었습니다. 원불교 교무님의 타종 속에 간절한 기도를 함께 올렸지요. 한강, 낙동강, 생명의 강에 절하며 어머니 강을 지켜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4대강 삽질을 막으려 교무님들과 함께 대한문 벽에 기대어 단식 노숙하며 기도하던 모습을. 종교인들이 4대강 사업 반대를 외치며 시청 서울광장에서 행진으로 나아가려 할 때 우리를 막아서던 경찰들에게 외치던 원불교 교무님의 의로운 외침을 저는 기억합니다. 제겐 참 큰 힘이었습니다.

4대강 난개발사업뿐만 아니었습니다. 제주 강정, 설악산 케이블카, 영광핵발전소, 성주 소성리 사드 문제 등 원불교는 환경, 평화 운동에 있어 비록 후발주자였지만 일당백의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그 힘을 원불교의 기도와 명상에서 보았습니다. 요즘 일부 대형교회, 종교인들의 모습을 보면 참 많이 안타깝습니다. 성찰과 사랑은 사라지고 욕설과 비난이 난무합니다.

원래 종교는 구(求)함이라 생각합니다. 참됨을 찾고 그 힘으로 실천에 나아가는 모습이 진정한 종교인의 모습입니다. 사람의 아들인 예수의 삶도 구함의 일생이었습니다. 가장 치열한 구함은 죽음을 앞둔 광야였습니다. 자신이 마실 죽음의 잔을 인간적으로 고뇌하는 모습에서 그 구함의 끝을 봅니다. 바닥까지 내려간 실존의 끝에서 다시 일어나 십자가, 죽음의 길을 선택한 실천에서 예수는 부활합니다. 그 죽음과 부활로 우리 인간과 뭇 피조물도 함께 부활합니다. 구원입니다. 이렇게 치열한 구함이 종교인의 삶 같습니다. 그리고 이 기도와 실천을 함께 해온 원불교 환경연대의 활동은 참 종교인의 모습이었습니다.

가톨릭의 프란치스코 교종은 2015년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라는 회칙을 발표했습니다. 생태문제에 대한 교종의 가르침이 담긴 책입니다. 이 책은 그간 가톨릭교회의 환경에 대한 가르침을 집대성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 인류에게 가장 위기상황인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점과 대응을 제기한 가톨릭의 첫 번째 책입니다. 그래서 ‘기후회칙’이라고 불립니다. 교종은 ‘찬미받으소서’에서 세상의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을 이야기합니다.

원불교에서도 자연과 인간이 하나의 기운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소태산 대종사께서 강조하시니 일맥상통합니다. 또 원불교에서는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 즉, 만물을 부처님 대하듯 공경심으로 대하고, 일마다 불공들이듯 성실히 해야 함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이 참 좋습니다. 처처불상. 곳곳이, 만물이 부처님이니 어찌 난개발이, 파괴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가톨릭에서도 모든 피조물이 하느님의 모습을 반영한다고 가르칩니다. 그래서 복음에서 예수는 참새들에 대하여 “그 가운데 한 마리도 하느님께서 소홀히 잊지 않으신다.”(루카 12,6)고 이야기합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이 서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곳곳이, 뭇 생명이 다 하느님과 부처님의 모습이고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간 함께 연대했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어머니 지구를 함께 지키고 모실 것입니다.

돌아보면 원불교 환경연대와 참 많은 일을 함께했습니다. 우리들의 곳곳에서 작은 행동과 경험들이 모여 ‘온전한 생태계(integral ecology)’를 만들 것입니다. 같은 꿈을 꿉니다. 생태 문명의 세상을 만드는 꿈. 사랑의 문명, 돌봄과 은혜의 문명을 만드는 같은 꿈입니다. 지난 십 년처럼 앞으로도 생태의 홀씨를 퍼뜨려주시길 바라며 원불교 환경연대 1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맹주형(아우구스티노)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평화환경 연대 담당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평화환경 연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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