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약이다 Questioning is med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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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약이다 Questioning is medication
  • 김현오 교무
  • 승인 2020.06.02 16:15
  • 호수 11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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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시대의 영성5

2세~5세 사이의 어린이들은 하루에 200~300개 정도의 “왜?”라는 질문을 한다고 한다. 보는 것, 듣는 것, 냄새 맛 감촉 모든 것이 궁금한 때가 누구에게나 있다. 뇌과학에서는 이 시기 어린이의 뇌신경망은 유연하고 아직 학습된 사회적 두려움 반응이 적어서 누구나 천재적인 학습능력이 쉽게 발현된다고 본다. 인간의 질문활동 지속과 인지를 관장하는 우리 뇌의 전두엽의 발달과정 사이에 깊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해본다.

어린아이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질문하고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 이해력을 향상시켜 나간다. 본성의 기억이 건강하고 활발하게 작동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질문하는 인간 고유의 특성을 삶 전체를 이끌어가는 인지의 힘으로 굳건히 하기란 쉽지 않은 듯하다. 사회화 과정에 편입되고 성장하면서 포기되거나 관습에 사로잡혀 자신도 모르게 질문하기를 귀찮아하며 잊혀 간 본능, 바로 어렸을 때 활발히 발휘되던 ‘질문하는 뇌!’의 상태가 아닐까?

어린아이들에게는 질문이라는 활동이 주로 생각하는 능력을 활성화하는 학습 과정이었다면, 불교의 화두라는 질문수행은 주로 생각이라는 분별로 과부화 상태인 번뇌를 식히고, 생각의 길을 끊음으로써 무심의 경계에 서게 하는 방편이다, 인간의 생각할 수 있는 능력도, 인간의 생각을 내려놓고 멈출 수 있는 능력도 둘 다 ‘질문하기’ 를 통해 해결된다. 바른 질문 하나가 깊은 생각으로 이끄는 동력이 되기도 하고, 본성에 닿게도 한다.

소태산 대종사의 수행과정도 자연스러운 질문들의 연속으로부터 시작되고 집중됐다. 하늘과 땅이라는 공간을 궁금해하고, 바람의 이동을 궁금해하고, 사시순환의 시간을 궁금해 하고, 사람을 포함한 생명과의 관계와 법칙을 궁금해하고, 마침내 궁금해하는 활동의 주체를 의문하면서 자연과 인간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질문으로 몰입했다.

우리 뇌의 앞부분에는 기획, 상상, 판단, 의식, 통찰력 등과 같은 고도의 정신적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라는 영역이 있다. 그중에서도 이마 제일 앞쪽에 있는 전전두엽은 ‘질문’이라는 과정을 통해 더욱 개발되고 활성화한다고 한다. 질문할 때 우리의 의식영역이 깨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활성화된 전전두엽은 뇌 중심부 안쪽에 자리한 내면의 빛과 지혜의 자리라고 하는 즉 송과체 부위와 신경적으로 또는 에너지 차원에서 깊이 연결돼 있다.

질문에 질문을 이어가며 일심집중의 상태로 들어간 타고난 질문형 수행자, 소태산 대종사는 선천적으로 전두엽, 전전두엽이 활성화된 분이셨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의 뇌가 ‘질문하는 뇌’의 상태로 깨어있을 때, 우리의 의식은 보다 확장된 공간에서 통찰하는 그 무엇으로 존재하게 된다. 이 순수한 의식의 상태를 만들 수 있는 질문하는 뇌의 상태야말로 꾸준히 연습하고 단련하며 다시 회복해야 할 우리들의 잃어버린 본성이 아닐까 한다.

깨달음 이후의 삶은 어쩌면 제2의 유년기를 사는 일이기도 하다. 선입견과 편견들로부터 자유롭고 틀을 넘어선 경계 없는 받아들임의 상태, 한계를 모르는 안목으로 늘 새로운 인지가 가능한 존재의 상태로 사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질문하는 내적 활동이 생명의 태생적 즐거움이고 재미인 것을 기억해내고 그대로를 발현했던 유년기의 순수한 의식상태, 그 ‘질문하는 뇌’의 상태로 무아의 상태, 대아의 상태를 자유한 소태산 대종사처럼, 우리에게도 질문이 약이다.

김현오 교무미주동부 보스턴교당
과학시대의 영성
김현오 교무미주동부 보스턴교당

 

6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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