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여도 괜찮고 거기여도 괜찮지만 여기나 거기가 아니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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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여도 괜찮고 거기여도 괜찮지만 여기나 거기가 아니어도 괜찮다
  • 박선국 교도
  • 승인 2020.06.23 21:52
  • 호수 11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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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공부11
그린 북(Green Book, 2018)
감독 : 피터 패럴리 
출연 : 비고 모텐슨, 마허샬라 알리, 린다 카델리니, 세바스찬 매니스칼코

 

│영화 줄거리│

60년대 초 미국. 이탈리아 출신 토니는 호텔 카바레에서 일한다. 입담 좋은 그는 ‘떠벌이’라 불리며 나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자신만의 이익을 챙기려다 그만 카바레가 문을 닫아 일을 잃고 만다. 그러던 그에게 한 유명인의 운전사 자리 제안이 오게 된다. 알고 보니 그를 고용하려는 사람은 ‘닥터’라고 불리는 흑인 피아니스트 돈이다. 가족과 떨어져 몇 개월을 그와 함께 보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었지만 높은 급여와 크리스마스 전에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조건이었기에 일을 맡게 된다. 그러나 여정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서로 다른 세계를 경험한 두 사람이 그 긴 기간 동안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며 돌발적인 상황들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그린 북’은 아직도 인종차별이 팽배해 있는 미국 남부 지방으로 순회공연을 떠나게 된 흑인 피아니스트와 그를 모시고 가게 된 백인 운전사와의 대립과 화해 그리고 우정을 그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영화 제목인 그린 북은 그 당시 흑인들이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여행가이드 북이다. 식당이나 호텔들을 표시한 것이지만 이 책 자체가 바로 차별의 존재를 극명하게 나타내주는 표시이기도 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 ‘그린’은 안전(그린 북)을 상징하면서 또한 행운(녹색 돌)을 상징하기도 한다.

영화는 기존의 백인=부자, 지식인 그리고 흑인=가난, 문맹이라는 틀을 뒤집어 당시로는 생각하기 쉽지 않은 해외 유학을 다녀온 박사 출신의 천재적인 흑인 피아니스트와 가난한 이민 집안 출신의 무식한 백인이라는 구도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토니라는 인물은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안에 가둬 두거나 멈추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다. 건드리면 폭발해버리는 매우 단순한 인간인 것이다. 그에 반해서 닥터 돈은 무엇이든 자신 안에 가두고 겉으로 드러낼 줄 모르는 과묵한 인간형으로 대표된다. 하나는 너무 빠르고 가벼우며 다른 하나는 너무 느리고 무겁다. 그런 둘도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사실 자신의 그룹 안에 녹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토니는 백인이지만 이탈리아 출신이라 흔히 말하는 앵글로색슨족 백인이 아니다. 돈은 흑인이지만 자신이 쌓아놓은 지식과 품위를 포기할 수 없기에 다른 흑인들과 함께하기 힘들다.

교양과 세련미 여유와 정직으로 표현되는 돈과 무식, 촌스러움, 조급함 그리고 부정직함으로 표현되는 토니는 처음부터 서로에 대한 편견으로 티격태격한다.

다양한 사건들이 벌어지는 여정을 계속하며 그들은 서로에게 조금씩 동화되어가고 주종이라는 수직적 관계에서 인간 대 인간이라는 수평적 관계로 바뀌어 간다. 마침내 그들 인생에 전환점을 맞게 되는 여정의 끝에서 그들은 서로 공감에 이르게 된다.

요즘 코로나 사태 이후로 남녀 불평등과 인종차별 그리고 성소수자 차별이라는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70년 전 모든 조건과 상황이 다르게 보이는 두 인물이 각자의 다른 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자기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서로 소통하며 편견과 오해를 풀어버리고 화해했던 것처럼 사회의 불의를 직시하는 용기가 더욱 필요한 때임을 생각해본다. 오른쪽에 있든 왼쪽에 있든 또는 이도 저도 될 수 없는 이들이든 우리들 모두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그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는 구성원 중 하나임을 느끼고 알아서 진정 밝게 보고, 바르게 생각하며, 진심으로 행동해야 할 때이다.

영화 속 마음공부
박선국
정릉교당 교도

 

6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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