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교강 선포 100주년, 변산제법성지④] 석두암에 앉아 천하 구원할 교법을 짜다
상태바
[원불교 교강 선포 100주년, 변산제법성지④] 석두암에 앉아 천하 구원할 교법을 짜다
  • 강법진 편집장
  • 승인 2020.08.04 13:46
  • 호수 118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불교 교리 강령 선포 100주년, 변산제법성지를 가다 (完)
변산원광선원 전경.
변산원광선원 전경.

[한울안신문=강법진] 소태산 대종사(이하 대종사)는 <정전>을 편찬하며 “사람만 믿지 말고 그 법을 믿을 것이요”라고 당부하며, 열반 전 제자들에게 “나의 법은 신성 있고 공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받아 가도록 전하였나니, 하루속히 이 정법을 마음대로 가져다가 그대들의 피가 되고 살이 되게 하라”(부촉품 4장)고 부촉한다. 과거 어두웠던 시대에는 미신신앙이나 우상숭배로 대중을 이끌었다면 앞으로 시대에는 대도 정법만이 사람들의 마음을 밝히고 세상에 유익을 줄 것이라는 성자의 가르침이 담긴 법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종교의 위기가 왔다고 하지만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멈추고 돌아볼 때가 아닌가 한다.

2간 초당서 불교혁신 설파

대종사께서 홀로 깨달음을 얻었으나 석가모니불을 연원불로 삼고 불법을 주체 삼아 새 회상을 열고자 했던 그때, 변산에서 교리강령을 선포하는 동시에 『조선불교혁신론』을 초안해 교단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변산 석두암에서 대종사는 찾아오는 제자들에게 당부하기를 ‘불교는 장차 세계적 주교가 될 것이나, 미래의 불법은 재래와 같은 제도의 불법이 아니라 사·농·공·상을 여의지 아니하고 재가·출가의 구분이 없으며 허공법계를 다 부처로 아는 법’(서품 15~19장)이라야 한다고 설파한다. 당시 승려와의 교류가 활발했던 시절에 불교 개혁을 외치며 불법의 시대화·대중화·생활화를 제시한 것이다. 이렇듯 변산에서의 5년은 보림·함축의 시기이면서 새 회상 건설의 기초를 다지고 설계를 했던 때임을 알 수 있다.

대종사가 제자들에게 불교 혁신을 설파했던 석두암은 2간 초당의 흙집이었다. 아궁이를 내어 군불을 지피고 거적(짚을 두툼하게 엮어 만든 물건)으로 비바람을 막았던 시절에 수천 년간 이어온 불교를 혁신하여 수많은 대중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게 하려는 열망의 그 눈빛이 숨어있는 곳, 지금은 표지석만 덩그러니 남은 석두암 터에서 한참 동안 발길이 멈춰서 있었다.

구원의 그물을 짠 제법성지

변산제법성지는 현재 변산원광선원(원장 박현심, 교무 박청화·정도전) 교무들이 성지수호 실무를 맡고 있다. 영산·익산·만덕산과 함께 4대 성지라 불리는 변산이지만 부지에 대한 소유권이 없는 상태라 성지수호에 어려움도 적지 않다.

박현심 원장은 “가장 가난하고 힘든 시절이었지만 수많은 법문과 인연들이 나온 곳이다. 순례객들에게 도보로 성지 안내를 하면 곳곳이 법문의 산실이라 감명을 많이 받는다. 아쉬움이 있다면 출가교역자들이 성지에 대해 너무 모른다”며 “변산은 천하 구원할 그물을 짠 곳이라고 대산종사께서 말했다. 만약 대종사가 세계적 성자가 된다면 그것은 바로 교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가 먼저 교법으로 거듭나고 이곳을 세계적인 성지순례길로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석두암 터에 세워진 만고일월비
석두암 터에 세워진 만고일월비
변산제법성지 입구
변산제법성지 입구


순례·트레킹 겸한 맞춤형 코스

변산원광선원이 현재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5대 원장인 강숙원 교무의 공이 컸다. 대각전 신축과 본관 리모델링, 훈련관(황토방)까지 완비해 가족이나 15명 내외의 소모임이 1박2일 또는 2박3일 코스로 성지순례와 내변산 트레킹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다. 특히 남한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내변산은 여름 계곡물이 흐를 때면 만법귀일 일귀하처 법문이 절로 떠오르고, 성지 곳곳에 숨어있는 대종사와 제자들의 법의 문답은 <대종경>이 살아 숨 쉬는 역사적 현장이 되기도 한다.

변산성지 주변 코스로는 대종사가 다녀간 월명암과 쌍선봉, 인장바위, 용두샘, 실상사와 종곡유숙터 등이 있고, 대종사가 원기4년 쌍선봉에서 법인기도를 해제하며 눈 앞에 펼쳐진 섬을 바라보며 정산종사에게 “연못에 연잎이 떠 있는 것 같이 아름답다”라고 한 하섬도 빼놓을 수 없는 순례지다.

변산제법성지가 품고 있는 대종사의 발자취와 교단사적 의미는 아직도 무궁무진하지만 연재는 여기서 마친다. 짧은 소견으로 써 내려간 이번 연재에는 앞서서 정리해준 강숙원·서문성 교무의 자료가 길을 터줬다. 올해는 원불교 교리강령 선포 100주년의 해이다. 전북교구에서는 9월 6일 온·오프라인을 통해 전산종법사를 초청한 대법회를 열 예정이지만 어느 때든지 스승님의 간절한 열망이 꽃 피웠던 제법의 현장을 직접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구구절절 법문이 넘실대는 그곳으로. 
 

변산원광선원서 성지수호 중인 박현심·박청화·정도전 교무
변산원광선원서 성지수호 중인 박현심·박청화·정도전 교무

8월 7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