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사람 못 믿을 사람 표시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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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사람 못 믿을 사람 표시가 따로 없다
  • 김관진 교무
  • 승인 2020.08.04 14:05
  • 호수 11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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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 문답감정10

일기기재
직장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다가 시장에 들러 산딸기와 짭짤이 토마토를 사고 버스 정류장에 갔다. 타야 할 버스가 5분 정도 남았길래 그사이 두부 한 모를 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잠시 망설이다 정류장에 할머니 두 분이 앉아 계시니 믿음이 생겨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무거운 짐을 정류장에 놓고 두부를 사러 갔다. 가게에 갔다 서둘러 다시 버스정류장에 돌아오니 할머니 두 분과 두고 간 물건이 모두 없어지고 말았다.

아~ 정말 허탈하고 원망스럽기 짝이 없어 크게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정류장 옆에서 장사하는 할머니들에게 이런 사정을 말했더니 두고 간 것이 잘못이지 말할 것 없다 한다. 듣고 보니 할머니 말씀이 옳다. 누구를 원망할 것 없이 내가 잘못했다. 그러나 세상에 연세도 많은 할머니들이 어찌 그런 마음으로 살아갈까. 나는 내 마음 같이 믿고 잠시 2~3분 사이에 물건을 잃게 되니 기가 차고 어이가 없었다. ‘내가 미쳤지’를 연발하며 나 자신을 원망할 수밖에.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데 불현듯 대종사님 말씀이 생각났다. 내가 잘못해서 남을 죄짓게 했다는 한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가난한 분이기에 그게 탐이 났을까….

‘할머니께 대접한 셈 치자’ 하고 마음을 돌렸다. 과거 어느 시절에 진 빚을 갚은 인과로 미루고 잘 드시기를 바라면서 훌훌 잊어버리자고 마음을 다독였다. 세상에는 믿을 사람 못 믿을 사람 표시가 없다. 자신이나 잘 챙기고 살자는 명답이 생긴다. 후회와 뉘우침으로 큰 공부를 했다. 이번 기회를 공부 삼아 똑똑하게 살자. 파이팅!

문답감정
몇 분 사이에 장을 본 물건이 없어졌으니 얼마나 황당하고 당황스러웠을까요. 이런저런 원망과 후회에도 나중에는 마음을 멈춰 대종사의 가르침에 표준하여 복 짓는 것으로, 인과로 돌리고 챙긴 것은 그동안 공부한 결과입니다.

일기 기재한 바와 같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할머니들을 믿은 그 마음이 화를 불러들이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실제 가까운 인연들 속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경계가 내 마음과 같지 않은 결과로 일어나는 갈등입니다. 내가 믿는 대로 내 생각대로 일이 이뤄지길 바라지만 상대방은 본인이 믿는 대로 편하고 익숙한 방향으로 일을 처리합니다.

특히 본인은 평소에 주위 인연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부탁을 하는 것에 매우 소극적이며 어려운 일이나 힘든 일을 스스로 감내하거나 희생하려는 면이 있으므로, 공부 삼아 법이나 예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면 말로 표현하거나 적극적 의사 표현과 행동을 취하여 소통하는 연습을 권합니다. 안으로 삭히다 보면 혹 해결되지 않은 마음들이 쌓여서 더 큰 경계를 만드는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 아무리 좋은 일도 상대의 뜻과 배치되는 나의 믿음과 마음으로 인해 스스로 힘든 상황에 이를 수도 있음을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내가 남의 물건에 욕심을 내지 않으니 당연히 상대도 그리 할 것으로 생각하는 마음과 내 마음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넘어 원래 무선무악하나 경계 따라 능선능악하는 자성의 원리에 바탕하여, 내 마음에도 상대의 마음에도 경계에도 속지 않는 한마음을 다시 챙겨 봅시다.

마음공부 문답감정김관진 교무봉도청소년수련원 원장
김관진 교무
봉도청소년수련원 원장

 

8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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