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산책] 소피에게 배우는 회복탄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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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산책] 소피에게 배우는 회복탄력성
  • 김화이 객원기자
  • 승인 2020.08.18 21:52
  • 호수 11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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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

화를 안 내고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화를 안 내기 위한 어설픈 노력이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오기도 하고요.
애써 참거나 외면하지 말고 ‘화가 난 나’를 내가 달래주면 됩니다.

아무 두려움 없이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소피처럼이요.

 

『소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 
몰리 뱅, 책읽는곰, 2013년

“얘들아, 엄마 또 소피처럼 변신한다. 이제 그만 치우자!”

장난감 정리를 서로에게 미루는 아이들을 향해 언성을 높였더니 이상기류를 감지한 남편이 황급히 ‘소피주의보’를 내립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소피? 소피? 으악, 안 되는데. 빨리빨리~”라며 2배속으로 몸을 움직이네요. 대체 소피가 누구이기에 아이들이 이토록 민첩해지는 걸까요. 세상에서 화를 제일 잘 내는, 아니 화를 제일 잘 푸는 마음공부계의 신동 소피를 함께 만나 볼까요?

소피가 혼자 놀고 있었는데 언니가 갑자기 와서 소피의 고릴라를 빼앗습니다. 소피는 자기 거라고 주장하는데 엄마가 언니 편을 듭니다. 설상가상으로 장난감 트럭에 걸려 넘어지기까지. 그 순간 소피는 폭발하고 맙니다.

발을 굴러대고 소리도 지릅니다. 심지어 이 세상을 작은 조각으로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까지 듭니다. 집에 있는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 시뻘겋게 불타오르는 소피의 화. 활화산처럼 이글거리는 소피의 눈빛을 보니 금방이라도 사달이 날 것만 같은데요.

뜻밖에도 소피는 문을 ‘쾅’ 닫고 그길로 내달립니다. 더 이상 달릴 수 없을 때까지 달려 도착한 곳은 숲. 소피는 이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냅니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들리지 않았던 것들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덕분에 소피는 언제 화가 났냐는 듯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오죠.

화를 안 내고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화를 안 내기 위한 어설픈 노력이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오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갑자기 찾아와 나를 흔들어놓는, 아무 예고도 없이 찾아온 이 ‘감정 손님’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우리는 이 손님이 언제까지나 머물지 않고 곧 떠날 거라는 걸 압니다. 존재를 알아차려 주기만 해도 금세 사라진다는 사실도요. 그러니 애써 참거나 외면하지 말고 ‘화가 난 나’를 내가 달래주면 됩니다. 아무 두려움 없이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소피처럼이요.

8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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