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마음공부] 매일매일이 좋은 날인 것을 느낀다면 당신은 삶을 아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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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공부] 매일매일이 좋은 날인 것을 느낀다면 당신은 삶을 아는 사람이다
  • 박선국 교도
  • 승인 2020.08.25 14:43
  • 호수 11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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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공부13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2018)감독: 오모리 다츠시출연: 쿠로키 하루,키키 키린, 타베 미카코, 츠루타 마유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2018)
감독: 오모리 다츠시
출연: 쿠로키 하루,키키 키린, 타베 미카코, 츠루타 마유

│영화 줄거리│
대학생인 20살의 노리코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목표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중이다. 평생을 하고픈 그 무언가를 찾고 있던 그녀는 사촌 미치코와 함께 엄마의 권유로 이웃의 다케다라는 노부인으로부터 썩 끌리지는 않지만, 다도 수업을 받기 시작한다. 아마 오래가지 않아 그만두게 될 거라 생각했던 그 수업은 20년이 넘는 긴 시간을 이어가게 된다. 그 기간 동안 그녀는 대학공부를 마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직장을 얻고 연애도 하게 되지만 배신의 아픔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아버지를 잃게 되는 경험도 하게 된다. 그런 삶을 보내게 된 그녀가 첫 다도 수업에서 본 ‘일일시호일’의 의미를 마침내 깨닫게 된다. 그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일일시호일’은 성인 시기 전반을 다도와 함께 한 여자의 인생을 통하여 우리로 하여금 행복은 어디에 있으며 그 행복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를 질문하게 하는 영화이다. 영화는 정물화 같던 계절풍경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서 그리고 24절기에 따라 다실 안의 족자 글이 바뀌고 다기와 다과의 모양과 색이 바뀌는 것을 통하여 주인공의 외적이고 내적인 모습이 함께 변화되어가고 있는 모습을 시청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감성과 감각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말해준다.

스스로를 노력형이지만 결단력 없는 성격이라고 규정하는 노리코는 자기보다 더 현실적이고 직선적인 성격의 똑 부러진 사촌 미치코와 끊임없이 자신을 비교하며 스스로에게 실망하곤 한다. 줄곳 자기보다 한발 앞서가는 듯한 미치코의 모습이 부럽기만 한 것이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비교되면 비교될수록 스스로를 작게 보게 되는 촉발제가 된다. 다케다와 함께 하는 다도시간에서 의미 없이 반복되는 듯한 알 수 없는 그리고 하기 쉽지 않은 정형화된 행동 하나 하나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노리코는 시간이 지나가면서 그 모든 과정이 머리(생각)가 아닌 몸과 마음이 하나 된 행동으로 나타날 때 스스로 놀라워 하며 변화(발전)란 노력이 아니고 매 순간 오롯한 마음에서 일어나는 선택에서 오는 것임을 알게 된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다도 스승인 다케다 선생이다. 노리코에게 처음에는 꼬장꼬장한 할머니로 인식됐던 그녀가 규칙을 강조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규칙에 얽매여 있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는 자주 다도 시간 중에 족자의 글을 읊조리고 다실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모습을 통해 다도의 엄격한 형식은 그저 나를 바라보게 하는 수단일 뿐 때에 따라서는 과감하게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노리코에게 보여준다. 그녀는 형식은 각자의 마음속에 깃들여 있는 그 무언가를 스스로 드러나게 하는 수단에 불과함을 보여준다.

노리코는 10살 때 영화 ‘길(La Strada)’을 보며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20살 때 다도 수업 첫날 족자 속의 ‘일일시호일’을 보며 그 뜻은 알겠지만 아무런 느낌도 느낄 수 없었다. 이제 마흔 살이 넘어 노리코는 그 영화와 그 문구의 의미를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지금 이 순간을 느낄 때 알 수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비 오는 날에는 빗소리에 집중하고 눈 오는 날에는 흩날리는 하얀 눈을 바라보며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찌는듯한 여름 더위 속과 살을 애는 추운 겨울 속에서도 여유를 느끼는 것이 매일매일이 좋은 날로 여겨지게 하는 비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를 보며 사건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슬프면 눈물을 흘리고 기쁘면 큰 소리로 웃는 그 모습이 진정 좋은 모습인 것이다. 시시때때로 오감이 세상과 하나 될 때 그 보다 큰 즐거움은 없을 것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일일시호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영화 속 마음공부박선국돈암교당 교도
영화 속 마음공부
박선국
돈암교당 교도

 

8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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