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심야선방, 내 방을 선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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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심야선방, 내 방을 선방으로
  • 우형옥 기자
  • 승인 2020.08.25 15:23
  • 호수 11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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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청년 대상 5일간의 온라인 선방
집중 선 수행 통해 일상에서도 선 이어가
원불교대학생연합회와 원불교청년회가 8월 16일부터 20일까지 온라인으로 '청년심야선방'을 진행했다.

[한울안신문=우형옥] ‘지금은 명상 중입니다. 방해하지 마세요.’라는 문패가 방문 앞에 걸린다. 방문을 닫고 방 안에 은은한 나무향을 태운다. 그리고는 노트북 화면 속 도반들을 마주하며 입정에 든다. 한여름 밤, 원불교 대학생·청년들이 각자 또 함께 선을 났다.

원불교대학생연합회(이하 원대연)와 원불교청년회(이하 원청)가 집콕훈증에 이어 8월 16일부터 20일까지 매일 밤 2시간,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을 통해 ‘청년심야선방’을 진행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함께 모이지 못하는 아쉬움을 새로운 방식의 온라인 선방으로 풀어낸 것이다.

취소된 훈련들로 마음공부에 갈증을 느꼈던 터일까? 전국 11개 교구 총 88명이 입선 신청을 했다. 원대연과 원청 임원들은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철저한 리허설은 물론이요, 선방이 진행되는 기간에도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대기하며 입선인들이 겪는 기술적인 문제에 대처했다. 또한 각자의 방에서도 선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선복, 명상쿠션, 스머지 스틱, 문패 등의 선방키트를 구성해 발송했다.

결제법문 중인 김제원 교화부원장, 해제식 현장, 해제법문 중인 한덕천 서울교구장(왼쪽부터)

결제식 날, 원대연 교감이자 원청 총재인 김제원 교화부원장은 훈련에 앞서 본래 마음을 찾기 위한 삼학 수행의 중요성을 전했다. 수양으로 일심이 되고 연구로 일과 이치를 연마하며, 내 뜻대로 마음을 실천할 수 있는 취사를 해야 하니, 좌선은 삼학을 공부하기 위한 시작임을 유념하라는 뜻이다.

입선인들은 매일 저녁 8시 30분부터 4단으로 나뉘어 회화와 문답감정 시간을 가지고, 저녁심고를 시작으로 집중 선 수행으로 훈련을 났다. 단별 회화 시간에는 좌선을 하며 느낀 잡념, 수마, 통증 등을 담당 교무와 단원들과 나누어 혜두를 단련했다.

집중 선 수행 시간

집중 선 수행 시간에는 원불교의 단전주선을 바탕으로 쉽게 명상을 할 수 있도록, 청소년국 안성오 교무가 전 과정을 안내하고 함께했다.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나를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게 하는 모든 것이 명상”이라고 설명한 안 교무는 입선인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호흡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또 짧은 시간이라도 꾸준히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에 방향을 두고 5분에서 20분까지 매일 점진적으로 선 시간을 늘려갔다.

정기훈련으로 함께 훈련을 나긴 하지만, 상시훈련처럼 자력이 중요했던 이번 훈련은 남들에게 보이지 않아 방심할 수 있는 마음을 단체 카톡방을 이용해 챙겼다. 임원들과 각 단 단장들은 매일 아침 법문클립영상을 공유하고, 조석심고 공동유무념·선 점검을 함께 했다.

첫 훈련을 났던 서전주교당의 김다은 교도는 “좌선은 제대로 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날그날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기에 어려웠다. 교무님께서 좌선은 하루하루의 변화를 기대하기보다 길게 보고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셔서 답이 됐다”며 “이번 훈련으로 무조건 믿고 해봐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앞으로 선방이 끝난 후에도 혼자 선을 하며 나만의 방법을 찾아가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한덕천 서울교구장은 해제법문을 통해 인생의 목적은 혜복을 구하는 데 있으니 선을 통해 혜복을 구해보자 말했다. 이어 “습관, 고정관념, 전생의 업에 집착된 나를 놓아 버리고 진정한 나를 찾는 것이 선 공부다. 긴 숨을 쉬고 내시는 습관을 들여보라. 일상에서의 선 공부에 재미를 붙여 보자”며 훈련이 끝난 뒤에도 일상에서 선 공부를 놓지 말라고 당부했다.

해제식이 있었던 마지막 날에도 입선인들은 마지막 선 수행을 진행했고, <정전> 제3 수행편 제7장 무시선법을 읽으며 훈련을 마무리했다. 언택트 훈련으로 대면 훈련처럼 활발한 소통은 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불안한 시기에 함께 마음을 챙기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었다.

5일 동안 청년심야선방이 촬영되는 원불교 서울교구청 소태산홀의 커다란 화면에는 전국 각지, 자신의 방에서 호흡에 집중하고 있는 대학생·청년들의 모습이 펼쳐졌다. 내가 있는 곳이 곧 선방이라는 가르침으로 이들의 방에 ‘지금은 명상 중입니다. 방해하지 마세요’ 문패가 수시로 걸릴 수 있기를 바란다.

 

8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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