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 문답감정] 주세불의 운심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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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 문답감정] 주세불의 운심처사
  • 김관진
  • 승인 2020.09.30 02:14
  • 호수 11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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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주 수필 「월말통신 32호」

경오년 (윤)6월 15일(하선 중)은 종사주께옵서 조반 공양을 마치시고, 모든 제자에게 말씀하여 가라사대, 「내가 만일 복 짓는 법을 모르는 사람 같았으면 어젯밤 여러 사람에게 죄를 질 뻔하였다. 그러나 나는 요행히 복 짓는 법과 죄 아니 짓는 법을 알았기 때문에 마침 죄는 아니 지었나니, 들어 보라. 다름이 아니라 어젯밤 침종(寢鍾)을 친 후에 나는 조실로 가서 자려고 자리에 누운즉 실내가 별(別)로 후끈하고 울(鬱)한 증이 나기에 나의 누운 욕(褥) 밑 방바닥을 만져 본 즉, 그 멍청한 자가 불을 얼마나 때었던지 참으로 뜨거웠었다. 그러면 어제같이 더운 날에 잠잘 방에다가 그리 뜨거웁게 불 땐 일을 생각하니, 곧 불을 땐 구일이가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주의사항 1조를 들이대어 생각하여 본즉, 구일이가 나에게 잠 못 자라고 일부러 불을 많이 땔 이치는 만무하고 도리어 여러 날 불 아니 땐 방이 꿉꿉할까 걱정되어 불을 조금 넣은 것이 원체 일기가 혹열(酷熱)한 때라 그렇게 뜨거운 모양이니, 방은 비록 더워서 괴로우나 불 때 준 구일이를 원망하거나 꾸짖을 마음이 없어지고 도리어 고마운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보라. 당장 자기 마음에 틀리면 생각하여 볼 여유도 없이 곧 원망하고 질책하여 불의(不意)에 죄를 짓는다, 원수를 산다 하나니라.

또 한 가지는 어제 여러 사람들의 권유로 이리병원에 가서 이통(耳痛)치료를 받는데, 의사가 무슨 꼬챙이로 얼마를 쑤시고 또 귀 안에 사마귀 같은 것이 있다고 집게로 떼어 내더니, 그때부터 귀가 뗑하고 먹먹한 것이 도무지 개이지 아니하고 상금(尙今)도 그 귀로는 아무런 음성도 들리지 않고 통기(痛氣)만 심할 뿐이다. 그러면 나는 본래 병원에 갈 마음이 없었는데, 여러 사람들이 자꾸 병원에 가라고 하여 가서 치료를 받은바, 이통은 우심(尤甚)하고 도리어 별증(別症)까지 생하였으니,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병원에 가라고 권한 사람도 원망스러울 것이요, 또한 의사도 치료한다고 도리어 더 아프게만 하였으니 원망들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또 1조를 들이대어 생각하여 본즉, 나에게 병원에 가서 치료받으라고 한 여러 사람들로 말하면 오죽이나 나를 생각하여 어서 치료케 함이요, 또 의사로 말하더라도 오죽이나 있는 기술을 다하여 나를 고쳐 주려고 하였을 것인가. 그러나 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병을 덧 치게 하는 것은 상례이니, 아무리 나의 귀는 먹먹하고 아파도 그 사람들의 본의는 나를 낫게 하여 주려 함이요, 결코 나를 미워서 해치려 함이 아닌 일을 생각하니, 여러 사람이 미웁기는 고사하고 도리어 감사하고 고마운 생각이 나서 아픈 것도 참아지고 위로가 되었었다.

(중략)

만약 내가 객지 남의 집에서 하룻밤 자는데 그러한 경계를 당하였다면 물론 그대로 함구(緘口)하였을 것이요, 또한 2~3일 유(留)할 곳에서 그러한 경계를 당하였다면 다만 어젯밤은 방이 너무 더웠으니 오늘은 적게 때라든지 말라든지 이르고 말일이다. 그러나 너희와 나는 영원히 지도를 받고 지도를 할 사이인지라, 모든 일을 노골적으로 일러주나니, 언제든지 복은 짓도록 주의하고 죄는 명심하여 짓지 말기를 주의하라」 하시더라.

이공주 수필 <월말통신 32호> 원기15년 9월
 

-문답감정-

대종사께서도 경계를 대하여 불편해지려는 마음이 나면 법에 대조하여 은혜로 챙기는 공부를 하신 내용을 접하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 진리를 통달한 부처님은 일체 경계를 초월하여 심지를 운영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경계 따라 그 마음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그 일의 세정을 세세밀밀 드러내어 한 점 걸림 없는 사실적인 마음공부를 한 내용이다. 부처님을 ‘부지런 딴딴’으로 표현한 것은 운심처사에 한마음도 놓치지 말고 바쁘게 행하라는 말씀이다.

김관진 교무
봉도청소년수련원 원장

 

10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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