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기 좋은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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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기 좋은 계절
  • 한울안신문
  • 승인 2020.10.20 13:24
  • 호수 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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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늘상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계절이 따로 있겠느냐마는, 기도하기 좋은 계절이다.

코로나19로 줄어든 만남은 기도로 서로를 연결해 준다. 수능을 앞둔 조카, 느지막하게 새길을 찾은 동생,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두 손을 모은 그 기도 끝에 나의 바람도 살짝 얹어본다.

예타원 전이창 종사는 “기도에는 왕도가 없다”고 말한다. 가끔 욕심이 일어날 때면 나는 최선을 다했는가 돌아보고, 속히 이뤄지지 않는다고 원망심이 날 때면 스승님의 그 말씀을 챙겨본다.

최근에는 매일 법문 카드를 보내주는 한 교도님으로부터 기도 정성을 느낀다. 그 교도님은 매일 아침 6시쯤 100여 명의 지인들에게 법문 카드를 보낸다. 그렇게 전달받은 법문은 또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는 끈으로 서로를 연결시켜 준다. 한 사람의 기도 정성이 ‘법문 바이러스’가 되어 국내는 물론 해외로까지 뻗어 나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교당에서 부여한 역할이라 책임감으로 시작했지만, 날이 갈수록 재미가 쌓인다. 2~3줄 밖에 안 되는 그 법문 글귀를 마음에 담아 전하기 위해 원문을 20번씩 읽고 또 읽는다”는 교도님은 요즘 또 달라졌다. 밀린 숙제가 되면 안 되니, 일주일 전부터 사전 작업했던 법문 카드를 이제는 전날 제작한다. 자신이 느낀 법문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하고 싶어서다. 그의 하루가 기도로 시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기도는 혼자하는 수행이지만 그 힘이 뭉치면 무한한 에너지가 된다. 이를 알기에 서울교구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매주 월요일 기도 영상을 제작해 올리고 있다.

비대면 사회가 길어지면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불안과 고통으로부터 빨리 벗어나고픈 욕구가 생겼다. 우울은 깊어지고, 만남은 어색하고, 혼자가 편한 세상.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혼자가 편안한 새로운 일상도 놓고 싶지 않다. 그럴 때일수록 정성스런 기도로 자신을 돌아보고 멀리 떨어져 있는 누군가를 위해 기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기도하기 좋은 계절, 나와 세상을 위한 적공의 계절이다.

 

10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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