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2] 유연하지 못한 소통 구조는 집단 취사력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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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2] 유연하지 못한 소통 구조는 집단 취사력을 흔든다
  • 김선명 교무
  • 승인 2020.10.20 15:38
  • 호수 11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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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여성회 창립25주년 기념심포지엄 발표문
김선명 교무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교당
김선명 교무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교당

법치교단 가풍 세워야
미국의 사회학자 쿨리(C.H. Cooley, 1864~1929)는 사회 집단을 1차 집단과 2차 집단으로 분류했다. 지연이나 혈연으로 맺어진 1차 집단은 직접적인 대면 접촉, 친밀감, 집단의 소규모성, 관계의 지속성 등이 기본 조건이며, 회사나 정당 등 구성원 간 간접적 접촉과 특정한 이해 및 목적 달성을 위한 2차 집단은 주로 규칙, 법률 등 공식적 통제가 이뤄진다. 교단은 창립 당시 교조 소태산 대종사의 직접 훈도(薰陶)를 받아 성장했고, 2·3대 종법사인 정산종사와 대산종사를 모시고 1차 집단의 따뜻한 정(情)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문제는 농경사회에서 시작한 원불교가 산업사회로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혈연·법연 중심의 1차 집단의 특성에 매몰돼 다양한 사건·사고를 책임있게 처리하지 못하고 정리해 버린 경우가 많았다. 이제라도 모든 일을 결정할 때는 그 과정(process)의 공정성을 갖추고, 집행부에 권한을 부여하는 대신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법치교단(法治敎團)의 가풍을 바로 세워가야 교단 4대를 잘 맞이할 수 있다.


책임교정과 순환인사
교정원은 임기 3년을 부여받은 교단의 집행기관이다. 법령과 규칙 등에 의해 진행되는 교정 행정은 열심히 배운다 해도 수개월은 족히 걸린다. 그런데 인사받아서 1년은 일을 배우고 2년 차에 열심히 뛰고 3년차가 되면 차기 교정팀에 인계할 준비를 한다. 교정원은 집행기관이지만 교법성, 전문성, 연대성, 유연성을 잘 갖춰야 한다. 교법성은 말할 나위가 없지만, 행정의 전문성을 가져야 함에도 3년이나 6년 단위의 잦은 순환인사로, 축적된 행정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3년 혹은 6년마다 새로 일을 배워서 교단 행정을 이끌어 가는 악순환의 고리는 해결해야 한다.


소통 돼야 협력 따른다
교정원 각 부서 간의 연대와 협력이 유연하게 이뤄지면 현장과도 소통이 잘 되고 교단 전체가 힘을 받을 수 있다. 한 예를 들어보자. 당면한 지구 생태위기에 대응하는 노력을 함께하기 위해 ‘원불교기후행동’은 지난 3월 27일에 실무 부서에 보고하고 협조 요청을 드렸다. 이후 부서 간의 업무조정과 협의 등으로 6개월을 끌어 교정원장의 승인으로 조직되는 듯했으나, 최근 준비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보류됐다. 기후위기 시대, 현장 실무자로서는 답답한 일이다.

또한 최근에 원불교소태산기념관 내 ‘소태산홀 내부 인테리어 리모델링 추진의 건’으로 교정원과 교화현장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교정원은 교정원의 입장이 있고, 서울교구는 교구 교화계획에 맞춰 활용도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로 간에 입장이 분명하여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다가 교정원의 부동의로 멈춰 서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서울교구는 상임위에서 이를 재상정해 의결했다.

교단 행정체계가 무력화 되어버린 우려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결국은 원불교의 집단 취사력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 격이다. 자기 입장을 내세우기 이전에 결국 우리의 일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끊임없이 소통하고 지혜를 모아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 공사(公事)는 대화와 타협의 산물이다.


교단의 주인은 누구
갈수록 세분화된 직종에 따라 전무출신의 근무처도 다양해졌다. 그렇지만, 출가 본연의 자리에서 보면 성불제중(成佛濟衆)과 제생의세(濟生醫世)의 목적에 벗어나지 않는다. 때문에 직책과 직무따라 대우가 다를지라도, 근본적으로 차별하면 안 된다. 또한 교단의 주인은 종법사와 수위단원 그리고 교정원이 아니다. 재가·출가 모두가 교단의 주인이 되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실력과 함께 마음을 얻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 (다음 호에 계속)

*이 글은 원불교여성회 25주년 심포지엄 발표문을 요약했습니다. 총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10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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