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지 경계에서 마음을 단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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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지 경계에서 마음을 단련하라
  • 김관진 교무
  • 승인 2020.11.02 21:51
  • 호수 11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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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 문답감정13

# 있어지나니

추석날 울산에서 둘째 아들이 왔다. 저녁 식사자리에 남편과 아들이 오랜만에 서로 약주를 한 잔씩 했다. 밤 10시 즈음, 아들은 잠을 잔다며 방으로 들어갔다. 나도 TV를 보다 방으로 들어와 자려는데 남편의 TV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 모처럼 아들이 왔으니 소리를 좀 줄였으면 하는 마음이 난다. ‘왜 저리 눈치가 없는 거야. 참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사람’.

요란한 마음이 일어난다.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있어지나니... 있어지나니... 염불처럼 외워본다. 그 요란함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의 정을 세우자. 있는 그대로를 신앙하는 동시에 수행의 표본을 삼아서 있어지나니를 하니(신앙) ‘그래, 내가 시끄럽다 간섭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자는 아들은 소리에 아무 상관없이 편안하게 자고 있는데 내가 아들을 뜨겁게 사랑하는 것처럼 요란함, 어리석음으로 분별하고 주착심을 냈구나. 은혜가 나온다.

(문답감정)

없건마는 있어지나니~. 경계를 대할 때 바로 심지를 챙겨서 원래는 없건마는 있어지는 원리로 돌아가니 내가 세우고 있는 분별성과 주착심을 보게 됩니다. 경계를 대하여 ‘있어지나니~’를 염불하듯 되뇌며 마음을 다스리다 보면 스스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요란한 마음이 걷어집니다. 그리고 편안하게 자는 아들도 보이고 평소에 귀가 어두워 볼륨을 크게 틀어놓고 시청하는 남편의 입장도 저절로 이해가 됩니다. 남편이 크게 틀어놨던 TV 소리도 조금 전 듣던 소리와 마음 챙겨 듣는 소리는 같은 소리이지만 다른 소리입니다. 마음공부로 있어지는 경계의 인연과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수용하는 공부를 ‘있어지나니~’ 하고 노래하니 순간순간 요란한 경계에서 정신세력이 확장되고 낙원이 건설됨을 스스로 확인합니다.

 

# 있는 그대로 보다

며칠 전 새우와 무청을 넣어 시래기를 끓였다. 따뜻한 물에 소다도 넣어 불렸는데도 남편은 먹으면서 자꾸 질기다고 한다. 식사가 끝나고 남편은 인터넷으로 ‘시래기 연하게 삶는 방법’을 검색해 읽어준다.

마음공부 하기 전에는 힘들게 밥 준비한 마음만 자리 잡고 있어서 그 말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화를 냈는데, 마음공부로 한마음 돌리고 보니 지금은 은혜가 나온다. 남편은 나를 위해 검색을 하고 나에게 읽어주기까지 하려 했다는 생각이 미치며 여유와 감사함이 나온다.

남편이 읽어준 시래기 연하게 삶는 방법은 나도 아는 방법이었고, 시래기를 삶기 전 나도 읽었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요란하기보다는 남편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마음이 두렷하고 고요하여 분별성과 주착심이 없으니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하게 나투는구나.

(문답감정)

마음공부로 혁명이 일어났네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 가르쳐 주어도 그 마음이 수용되고 요란함이 없는 것은 그동안 실지 경계에서 마음공부를 해온 힘입니다. 이렇게 그 한 마음을 챙기는 공부인은 경계가 문제가 아니라 한 마음 한 경계가 다 공부찬스이고, 스승이고, 은혜입니다.

11월 6일자

김관진 교무
봉도청소년수련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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