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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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 강법진 편집장
  • 승인 2020.11.09 19:14
  • 호수 19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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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종교의 위기를 앞당겼다’. 한겨레신문 조현 기자가 지난 5월 <가톨릭평론>5·6월호에 실린 좌담회 ‘코로나 이후, 종교의 길을 묻다’를 뉴스로 뽑아낸 제목이다. 가톨릭 평신도연구기관인 ‘우리신학연구소’가 격월간으로 발간하는 <가톨릭평론>은 제도화된 기성종교의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지내면서 우리신학연구소는 더 강하게 종교의 위기와 종교의 변화를 요구하며 대중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위기 앞에 종교의 민낯을 드러낸다는 것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종교 본연으로의 회귀를 돕는 샘물 같은 존재라 본다. 우리 교단은 그런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가.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는 ‘종교가 이렇게 급변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졌다. 자그마치 10개월이 넘는 코로나 사태 속에 법회가 중단되고, 단모임과 기도, 순교, 훈련 등이 다 취소되면서 친하지도 않는 유튜브 시장에 진출하며 교화의 새 길을 열어가고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 종교활동이 중단됐다고 해서 재가교도들의 종교활동이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건 아니었다. 물론 출가교도들도 온라인 콘텐츠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교화의 목적이 법회 출석에 묶여 있었던 것은 아닌가. 코로나 사태가 중단되기를 바라며 법회가 재개되면 다시 교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 아닌가.

안타깝게도 종교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홍익학당 윤홍식 대표는 지금의 시대를 ‘정신문명의 개벽’ 시대라고 말한다. 좋은 콘텐츠를 개발하는 목적이 신자 수 늘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온라인으로 법회(종교활동)를 보더라도 깨달음이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과연 어떤 메시지를 내고 있는가. 코로나 현실도 극복하기 힘든데 온라인 교화의 근본 목적에 도달할 수 있을까.

코로나 이후 교화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할 첫 기회였던 올해 출가교화단 총단회 ‘콘텐츠’를 보면서 대중의 무관심은 더욱 깊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11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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