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개벽』창간, ‘다시’ 읽고 듣고 쓰고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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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개벽』창간, ‘다시’ 읽고 듣고 쓰고 잇다
  • 엄익호 수습기자
  • 승인 2020.11.30 13:41
  • 호수 11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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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사상지『개벽』복간
계간지『다시개벽』 발행인 박길수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값 12,000원

 

한국 최초의 사상지『개벽』이 『다시개벽』이라는 이름으로 복간되었다. 『개벽』은 3·1운동 이듬해인 1920년에 천도교 청년들에 의해 창간돼, 1926년에 72호를 발간하고 폐간됐다. 올해 창간 100주년을 맞아 계간『다시개벽』(모시는사람들)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창간 취지는 『다시개벽』의 문제의식을 ‘다시’ 이어서 “오늘날 인류가 겪고 있는 지구적 위기를 한국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한국인의 목소리로 내는 데에 있다.”(『다시개벽』홍박승진 편집장)

‘개벽’이라는 말의 연원은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세동점과 삼정문란이라는 이중위기 속에서 수운 최제우가 주창한 ‘다시개벽’이 『개벽』의 정신이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새로운 세상을 개벽해야 하는 문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사상의 부재와 지구시스템의 붕괴라는 이중위기가 그것이다. 이에 『다시개벽』은 잊혀진 전통을 ‘다시’ 발견하고, 신격화된 서양을 ‘다시’ 해석하며 끊어진 세대를 ‘다시’ 잇고자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책의 구성에도 ‘다시’의 철학을 반영했다. 잊혀진 한국학을 새로 읽는 ‘다시읽다’, 원로와 대화를 나누는 ‘다시듣다’, 새로운 문제의식을 표현하는 ‘다시쓰다’, 청년들의 소리를 담아내는 ‘다시열다’, 개벽고전을 번역해서 소개하는 ‘다시잇다’와 같은 코너로 이뤄져 있다. 아울러 마치 사계절이 순환하듯이 계절마다 같은 주제를 반복해서 다룰 예정이다. 겨울은 서구중심주의 비판, 봄에는 한국사상 발굴, 여름에는 지구인문학 모색, 가을은 현대철학의 모험이 그것이다.  

이번 창간호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살아 꿈틀거리는 듯한 ‘제호’ 글씨다. 힘차게 날아오르 듯한 필체가 마치 『다시개벽』 창간호에 있는 ‘호랑이’ 그림을 방불케 한다. PaTI에서 일하고 있는 30대 북디자이너 안마노의 작품이다. 이처럼 『다시개벽』을 만드는 주역들은 20~30대 청년들이다. 편집장인 홍박승진은 88년생, 편집위원인 성민교는 93년생, 유상근은 87년생이란 점도 100년 전 『개벽』의 전통을 잇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철학과 문학을 하는 소장학자들로 갈수록 서구화돼 가는 한국인문학계의 현실을 우려하면서, 점점 희미해져 가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살려내서 자생적 인문학을 ‘술이창작(述而創作)’ 하기 위해 모였다. 부디 『다시개벽』의 사상적 도전과 문학적 모험이 한국 인문학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해 본다.   

11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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