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 문답감정] 칭찬에 자만심이 생기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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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 문답감정] 칭찬에 자만심이 생기나니
  • 김관진 교무
  • 승인 2020.12.01 19:34
  • 호수 11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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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지 말라는 그 말에 속다
재미있었어
김관진 교무
봉도청소년수련원 원장

#속지 말라는 그 말에 속다

출가식을 마치고 첫 발령지로 교당에 부임하기 전 스승님이 “네가 설교를 하고 나서 교도님들이 잘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네가 새로운 사람이기 때문에 잘하는 것처럼 느낄 뿐이다. 교도님들이 아직 어린 교무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함이니 ‘잘’한다는 그 말에 속아서는 안 된다”라고 충고해 주셨다.

일요예회에서 첫 설교를 하게 됐다. 교도님들이 한두 분 다가와 설교를 잘 들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해준다. 그런데 지난번 스승님의 말씀이 생각나자 ‘내가 이 말에 속으면 안 되지’ 하며 스스로 조심하는 마음이 났다. 결국 교도님들의 칭찬과 감사의 뜻을 온전히 받아드리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부정을 하고 거부를 하게 됐다.

“아니예요. 아닙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흐른 후에 그것이 경계였음을 알아차렸다. 알아차리고 내 마음을 살펴보니 스승님의 본의를 알지 못하고 ‘속지 말라’는 한 그 말씀에 도리어 내가 속고 있었다. 속은 것을 알고 나니 더 이상 속지 않는 힘이 생겼다. 그 후로 몇몇 교도님들이 해주는 말씀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감사하기로 했다.

문답감정

스승님이 ‘속지 말라’고 당부한 말씀은 경계를 통해서 ‘교도님들의 칭찬에 혹 우쭐한 마음에 속아 안으로 자만심이 생길 것을 미리 주의를 준 것’이지 교도님들의 칭찬을 외면하라는 뜻이 아니었음을 알아차렸군요. 스승의 본의를 알지 못하면 그 말에 끌려 자칫 스스로 분별심을 일으켜 경계를 만들고 자신을 속이는 불편한 마음이 됩니다. 그러므로 모든 일에 본의를 잘 파악하고 본질을 이해하는 밝은 혜안을 가질 때 심지는 늘 넉넉하고 자유롭게 됩니다.


#재미있었어!

두 동지가 탁구를 치고 방으로 들어오는 길이었다. 한 동지에게 “이겼어? 졌어?” 하고 물었다. 그 동지가 지나가면서 “재미있었어!”라고 말했다. 마치 한순간 성리문답을 한 것처럼 큰 충격을 받았다. 그 동지는 이기고 지는 것에 상관없이 오직 재미있게 경기했을 뿐인데, 내가 분별심을 냈구나. 문득 스승님의 말씀 중에 득도(得道) 이전에 낙도(樂道)하라고 한 말씀이 떠올랐다.

마음공부를 하다 보면 경계에 지기도 하고 이기기도 한다. 경계에 질 때는 한없이 가라앉아 자포자기하고, 경계에 이길 때에는 무엇이나 이룬 것처럼 자만자족하기가 쉽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경계에 이기고 지는 것 이전에 마음공부 그 자체에 재미가 있어야 한다. 마음공부에 재미가 붙으면 경계에 지는 것도 재미있고 경계에 이기는 것도 재미있다. 지는 마음으로도 이기는 마음으로도 모두 공부하고 보면, 그것이 참으로 이기는 길이요, 낙도의 길이다.

문답감정

좋은 경계, 나쁜 경계는 원래 없건마는 내가 스스로 분별하니 순한 경계는 잡으려 하고 거친 경계는 멀리하니 둘 다 주착심입니다. 게임을 재미있게 했던 마음에는 이기고 지고, 나도 너도 원래 없건마는 상대와 실력과 컨디션에 따라,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알면 낙도생활을 하게 됩니다. 이 자리가 심지 자성으로써 지면 지는 공부, 이기면 이기는 공부를 한 것입니다.

1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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