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정신을 넘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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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정신을 넘어서자
  • 한울안신문
  • 승인 2020.12.08 13:47
  • 호수 1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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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 미증유의 위기를 가져온 코로나19도 수능을 막지는 못했다. 수능이 어떤 시험인가. 나는 비행기도, 달리는 자동차도 멈추게 하는 시험이다. 시대가 흐르며 그 명칭과 방식만 조금씩 바뀌었을 뿐, 1945년 광복 이후로 대입시험은 자원도 없고 땅도 좁은 대한민국에서 단연코 가장 중요한 시험이었다. 수능 정신이 곧 대한민국 정신인 셈이다.

수능 정신이란 무엇인가. ‘우수한 인간에게는 우수한 인생을, 열등한 인간에게는 열등한 인생을’이다. 이 정신의 핵심은 고작 19살에 인간에게 등급을 매겨 인생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평가는 필수다.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지식수준이 아니라 당신이 전체 인간 중 몇 번째로 값나가는 인간이냐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이 시대를 관통해온 공정함이요, 정의였다.

그러나 100세 시대에 여전히 19살의 결과물이 인생을 결정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열심히 공부해서 온 대학에서 여러 혜택을 누렸지만, 마음 한편의 불편함은 바로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교육이 만들어내는 구조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마음이다. 이에 비하면 창의적 인재니, 4차 산업혁명이니 하는 말들은 다 지엽적으로 들린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그 자체로 존중받는 것이다.

‘어차피 모든 인간은 평등할 수 없어’라는 말이 유효했다면 사회는 여전히 노예제도에 머물렀을 것이다. 불평등의 존재가 결코 불평등의 정당화가 될 수 없는 이유이다. 인간은 진보한다. 그러니 우리는 각자 노력과 능력에 따라 합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모두가 사람이라는 이유로 최소한의 행복을 보장받는 사회로 나가야 할 것이다.

모두가 수능 대박을 외치지만, 알다시피 상대평가에서는 모두가 수능 대박일 수 없다. 이 허황된 판타지를 언제쯤 끝낼 수 있을까.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넘어, 모두가 성공하지 않아도 행복한 사회를 그려본다. 무엇보다도 우선 고생한 모든 수험생에게 수고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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