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눈을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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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눈을 보셨나요?
  • 한울안신문
  • 승인 2020.12.15 14:52
  • 호수 1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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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오늘 아침에 집을 나서니 바닥이 축축하게 젖어있었습니다. ‘아 이른 새벽에 비가 잠시 내렸구나’ 생각하고는 특별한 감상 없이 발길을 돌렸습니다. 아마 어렴풋이 ‘비가 계속 내리지 않아서 좋다’거나 ‘건조한 공기가 좀 풀려서 산뜻하다’ 정도를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그렇게 무념무상으로 버스를 타고 가는데 교무님의 카톡이 와있었습니다. 새벽에 내린 첫눈을 보셨다며 교도들의 안부를 물으시더군요. 교무님께서는 첫눈을 보시고 감사하게도 우리가 생각이 나셨나 봅니다. 그제야 새로운 감상이 들었습니다. ‘아 그게 비가 아니라 눈이었구나. 그것도 첫눈’ 첫눈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지요.

생각해보니 올해 겨울은 겨울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습니다. 눈이 내리지 않는 걸 이상하게 생각한 적이 없을 정도로요.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있는 것도 아니요, 겨울다운 눈이 내리는 것도 아니고, 뉴스는 어제와 같은 내용으로 요란했고, 하늘은 미세먼지로 뿌옇고, 거리는 한산해서 연말 분위기를 느낄 여지조차 주지 않았으니까요.

원래 겨울 분위기가 어땠더라, 어렴풋이 떠올려봅니다. 겨울의 느낌, 연말의 분위기, 구세군, 크리스마스, 망년회, 연말 시상식, 제야의 종소리까지 어느 계절보다도 따듯한 온기로 가득 찼던 그 당연한 계절이 이토록 사무치게 그리워질 줄은 몰랐습니다. 잃어버린 한 해, 우리는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됐지요.

그런 가운데 눈이 내렸다는 것은 참 반가운 소식입니다. 위안이 됩니다. 첫눈이 내렸다는 사실은 겨울이 아직 겨울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요. 역시 겨울은 사뭇 겨울다워야 하고, 추워야 하고, 그래서 사람들끼리 온기를 나눠야 하고, 감상에 젖게 만드는 눈이 내리고, 곳곳마다 따듯한 조명이 반짝이는 그런 겨울이 있어야지요.

그러니 우리도 우리다운 삶을 포기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잃어버린 1년의 몫까지 앞으로 더 살아야겠습니다.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의 정취를 다시 찾아야겠습니다. 눈 내리는 겨울날, 추위에 붉어진 뺨에 피어나는 당신의 미소를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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