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중대재해 없이 '누구나' 안전하게 일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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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중대재해 없이 '누구나' 안전하게 일하는 나라
  • 정형은 교도
  • 승인 2020.12.21 13:31
  • 호수 11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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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정형은 여의도교당 교도청소년문화연대킥킥대표
정형은 여의도교당 교도
청소년문화연대 킥킥 대표

2016년 5월, 서울 구의역 지하철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던 열아홉 살 김군은 출발하던 전동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사망했다. 2018년 12월, 스물네 살 김용균은 입사 석 달 만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끼어 처참하게 세상을 떠났다. 2인 1조 작업 기준이 지켜지지 않고 둘 다 협력업체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그리고도 이름조차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건설현장과 공장에서 일하다가 죽고 다치고 병드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산업재해 통계를 보면 2019년 산재사망자는 2,020명이다. 그중 사고 사망자는 855명, 질병 사망자는 1,165명이다. 사고 사망자의 원인은 떨어짐, 끼임, 부딪힘, 깔림·뒤집힘 등의 순이라고 한다. 떨어짐, 즉 추락사고는 작업발판·안전난간·추락방지망 설치, 안전모 착용 등으로 막을 수 있고, 끼임 사고는 기계에 사람이 끼었을 때 작동을 멈추는 안전 시스템 등의 방식으로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비용 문제로 설치하지 않아 곳곳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 산업재해 통계에는 공무원, 교직원, 군인 등 다른 방식으로 추산되는 직업군과 5인 미만 사업장에 해당하는 농업, 임업, 수산업 종사자는 빠져있다.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않고, 드러나지 않게 수습된 경우도 빠져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23년째 OECD 선진국 중 산재 사망 1위 국가이다. 어떤 논리로도 이 수치를 도외시하고 해석의 분칠을 할 수는 없다.

2012년 노동자 5명이 사망하고 주변 주민에게 큰 피해를 준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이후에도 크고 작은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끊이지 않고, 산업단지 주변 주민은 기업이 배출하는 환경오염물질에 노출되고 있다. 최소한 78명이 사망하고 피해자가 얼마나 많은지 규명되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주범 기업의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았고, 흡입독성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은폐했던 임원은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세월호 참사로 선장이나 해운사 대표는 징역형을 받았지만, 관련 공무원 처벌은 한 명뿐이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핵심은 기업주들이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규정에는 안전보건조치 위반으로 사망사고 발생 시 1억 원 이하(법인 1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돼 있지만, 실제 부과되는 벌금은 평균 220만 원(법인 447만 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안전시설 대신 벌금을 받고 말겠다는 기업주의 태도를 바꾸어 안전한 일터를 만들도록 나서게 하는 것이 이 법의 취지다.

좌산상사님은 “책임은 나에게 돌리고 공은 항상 같이한 분들에게 돌려야 하느니라”고 하셨다. [예전]에는 “공중의 안전을 보장하는 책임에 당한 때에는, 비록 어떠한 위험이 있을지라도 반드시 그 임무를 다할 것이요” “공용물을 관리하는 책임자는 그 책임이 더욱 중함을 알아서 정성껏 잘 관리할 것이”라고 나와 있다.

지금 국회 앞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유가족들이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있다. ‘누구나’ 안전하고 행복하게 일할 권리가 있다. 하루 일곱 명이 일하다가 죽어가는 현실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 위하여 올해 안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꼭 제정되기를 바란다.

 

스물네 살 갓 입사한 김용균이 양복을 입고 출근을 준비하는 모습<br>
스물네 살 갓 입사한 김용균이 양복을 입고 출근을 준비하는 모습

12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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