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면목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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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면목 있습니까?
  • 나상호 교무
  • 승인 2021.01.27 11:27
  • 호수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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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어떤 일을 치르고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면목 없습니다”라는 말을 합니다. 눈앞에 나의 면목을 비치면서 하는 말이지요. 분명히 면목이 있지만 그것을 보여줄 수 없을 정도로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는 뜻이지요. 반대로 부끄러워야 할 처지인데 얼굴을 들고 다니면 “낯(면목)부끄러운 줄 모른다”고 합니다. 이렇듯 인격을 따질 때 ‘면목’이라는 말을 씁니다.

절에 가면 면목이 있는 부처님상을 모시지요. 원불교는 면목 없는 부처님상 즉 심상(心相)을 모십니다. 이를 일러 불가에서는 ‘본래면목(本來面目)’이라 합니다.

본래면목이란 사람들이 본래 가지고 있는 자신의 모습. 천연 그대로여서 조금도 인위적인 조작이 섞이지 않는 진실한 모습을 말하는데, 마음공부하는 사람에게 심성(心性)이나 자성불(自性佛)을 깨치게 하려고 “너의 본래 면목이 무엇인가?”하고 화두를 던집니다.

개인사나 공중사(公衆事)나 마음공부나 방향을 잘못 잡으면 면목 없는 일이 생깁니다.

대종사께서 말씀하셨지요. “살·도·음 같은 중계(重戒)를 범하는 것도 악이지만, 사람의 바른 신심을 끊어서 영겁 다생에 그 앞길을 막는 것은 더 큰 악이며, 금전이나 의식을 많이 혜시(惠施) 하는 것도 선이지만, 사람에게 바른 신심을 일으켜서 영겁 다생에 그 앞길을 열어주는 것은 더 큰 선이 되나니라.”

제생의세(濟生醫世)를 목적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면목 있는 일은 이처럼 다른 사람의 바른 신심을 일으켜서 앞길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마음공부하는 도반들을 대하는 내게 그런 면목이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정산종사께서 “변화 가운데 불변하는 이치가 바탕해 있음을 깨달아서 한없는 세상에 각자의 본래면목을 확립하여 천만 변화를 주재하라”라고 하셨습니다. 세상만사 변하지 않는 일이 없습니다. 그 변화 속에서도 변함없는 그 자리인 본래면목을 반조하며 사는 게 중요하겠지요. 그럴 때 자문(自問)해봄직한 질문이 있습니다.

“지금 면목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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