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칼럼] 사랑하지 말고 사랑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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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사랑하지 말고 사랑 받아라
  • 정형은 교도
  • 승인 2021.01.27 11:32
  • 호수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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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평화란

아무 다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투고 난 다음에

곧 회복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달려있다고 한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의 첫 문장에 나오는 행복한 가정은 어떻게 서로 엇비슷할까. 언뜻 떠오르는 이미지는 따뜻하고 아늑하며 평온하게 서로 미소를 띠며 오손도손 이야기 나누는 장면이다. 가족이 둘러앉은 가운데 대화와 이해와 배려가 그 안에 흐른다.

불행한 가정은 누군가 들어오는 벨소리가 무섭고 나누던 이야기가 뚝 끊기고 어느 순간 고함과 욕설이 튀어나오며 폭행이 벌어지거나, 냉랭하고 한숨을 쉬면서 속엣 생각을 편안하게 말 못하고 냉가슴을 앓는다. 평화란 아무 다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투고 난 다음에 곧 회복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달려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휩쓴 2020년, 그 여파는 지구촌 구석구석 가정의 불행에 여러 가지 원인을 제공했다. 실업과 수입 감소, 불안과 우울이 증가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져 가정폭력과 이혼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났다. 최근 미국에서 ‘코로나 이혼(Covidivorce)’이 50% 증가하고 프랑스도 2019년부터 아동에 대한 체벌 금지가 법으로 정해졌지만, 가정폭력 신고가 30% 증가했다. 특히 일본은 지난해 가정폭력 발생 건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여 가정폭력 상담 건수가 총 13만 2355건으로 전년도 전체 건수 11만 9276건을 1만 3000건가량 넘어섰다. 뿐만 아니라 여성과 아동·청소년의 자살 증가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우리나라 역시 상황은 비슷하여 청소년쉼터가 코로나로 수용인원을 줄이는 바람에 가정에 발붙이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피시방, 노래방도 아닌 길거리 밤샘을 하는 길샘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작년 10월에 생후 16개월 된 정인이가 양부모에 의해 사망한 사건은 온 국민을 슬픔에 빠뜨리고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제발 사랑한다고 말하지 말고, 아이에게 사랑받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라. 사랑한다는 것은 자칫 내 주관에 따라 학대와 체벌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둔갑할 수 있다. 오히려 나는 우리 아이에게 사랑받고 있는가? 아이가 스스럼없이 다가오고 자기 표현을 하는가? 힘든 일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하는가? 가족이 모였을 때 모두의 목소리가 고루 들리고 웃음이 감도는가? 누군가의 목소리만 들리고 마음을 닫고 말문을 열지 않는 사람은 없는가?

<대종경선외록>에서 소태산 대종사는 “앞으로 무서운 세상이 돌아오는데 어떻게 처사를 하여야 그 세상을 무사히 돌파할지 한 말로써 말하여 보라”고 묻는다. 제자들 가운데 혹은 도덕, 혹은 정법, 혹은 일심, 혹은 신성이 독실하여야 살아난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박노신이 “온유를 주장해야 살아난다”고 하자 소태산 대종사는 “여러 사람의 말이 다 옳으나 노신의 말이 가장 나의 뜻에 맞는다. 돌아오는 세상에는 가정에 있으나 사회에 나오나 어느 곳에 있든지 다숩고 부드러운 사람이라야 촉이 없어서 사방에서 환영도 받을 것이요, 무서운 난리도 피할 것이다”라고 화답했다. 다숩고 부드러운 사람, 다숩고 부드러운 가정이 어디나 비슷한 행복한 가정의 모습일 것이다.

정형은여의도교당 교도청소년문화연대킥킥 대표
정형은
여의도교당 교도
청소년문화연대킥킥 대표

1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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