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자유민주주의자들이 왜 상대편을 혐오하게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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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자유민주주의자들이 왜 상대편을 혐오하게 되었나?
  • 한명호 교도
  • 승인 2021.01.30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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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한국사회에 대한 소태산 대종사의 고언

지난해 말, 미국의 시사주간지 <TIME>에 “왜 정치적 상대편을 혐오하나?”라는 기사가 게재되됐다.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신음하는 2020년에 세계를 주도하온 미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사회적 혼란을 분석하면서 미국이 정치적 양극화로 더 이상 코로나, 기후대처 등의 큰 문제에 대응할 능력을 상실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는 사회학·심리학·경제학 등 6개 분야의 11개 대학의 교수들이 참여하여 <사이언스>지에 게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이 양극화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정치적 견해를 같이하는 사람들 간의 동질감보다 견해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적대감이 훨씬 커졌는데, 일례로 대중의 38%는 공화당원들이 연 25만 불씩 버는 부자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공화당원의 2% 이하라는 것이며, 또 대중은 민주당원의 1/3이 성소수자(LGBT)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대략 6%라는 것이다. 미국이 이와 같이 사실보다 훨씬 큰 차이로 상대방을 혐오하게 된 이유로 기사는 세 가지를 든다.

첫째는 통신기술의 발달로 틀린 사실을 일방적 시각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언론·SNS의 범람이고, 두 번째 정치가들이 득표·모금을 위해 서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낙태·성소소자 권리 같은 합의가 원래 힘든 이슈를 전면에 내세워 충돌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이민자, 흑인, LGBT 등 소수·다양성 집단들과 보수층·유럽계 백인집단들이 상호존중, 가치의 다양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개인적 가치·신념을 획일적인 정치적 정체성에 맞추고 거기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분파적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소수계층=민주당, 백인 저소득층=공화당) 이런 서로 혐오하는 양극화에 대해 연구자들은 미국방송통신위(FCC)가 제시한 공평원칙의 준수를 대안으로 제시하였지만, 연구를 주도한 심리학자 Finkel 교수는 미국정치의 양극화가 상대방의 주장을 최대한 악의적으로 해석하여 항상 최악으로 치닫는 악마적 이혼과정과 같아서 미국이 앞으로 중요한 문제에 대해 합의된 하나의 생각으로 일관성 있게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한편, 현대 경영전략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 교수는 그의 저서 『정치산업(Politics Industry)』에서 미국의 정치가 선거제도를 독점한 민주·공화 양당의 독과점상태에 빠져 더 이상의 혁신이 일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그 결과 정치가들이 국민·시대의 요구는 외면하고 자기를 지지하는 계층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정당 내 정치과정도 독점하여 새로운 정치 이념과 정치 신인이 등장할 수 있는 길을 막았다고 진단했다. 정치의 순기능이 약화되면서 미국민의 생활 수준은 저하되고 환경·경제·평등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응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오히려 트럼프 같은 극단적 주장이 먹히는 사회가 되었다고 한탄하면서 정치적 혁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유럽의 절대왕정에 대항하여 이민자들에 의해 건국돼 지난 200년간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물질개벽을 주도해본 미국이 겪고 있는 혼란을 보면, 이 혼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과 과연 어떤 개벽·혁신이 새로운 세계를 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눈을 돌려 2020년 대한민국을 보면 더 현기증 나는 현실이 펼쳐진다. 개발독재와 민주화가 적폐와 촛불로 바뀌더니 이제는 보수 vs 진보의 대결이다. 거기에 여전한 지역감정과 친박, 친문도 모자라서 이제는 사회명망가·신부님·목사님·스님·교무님들까지 나서서 거드는 상황이 됐다.

정치인들은 어떻게 하든지 선거에서 35%만 넘으면 집권할 수 있고 집권하면 5년 안에 자신들이 꿈꾸던 세상을 만들겠다고 한다. 이는 인류 역사에 한 번도 일어나지 못한 일이다. 모든 일을 정치적으로 해석해야 하고 편파적 방송, 해괴한 유튜브, 가짜 뉴스가 판치니 일반 국민은 한국사회 현실의 답답함을 2000년 전 그리스에서 돌아가신 테스형에게 하소연할 수밖에 없어졌다.

남북문제, 경제개발, 복지, 환경, 사회정의, 노령화 같은 힘을 모아야 풀리는 큰 문제들이 눈앞에 산적해 있는데 도대체 앞으로 몇 번의 정치변동을 겪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눈앞이 암담할 뿐이다.

2020 한국사회에 대한 소태산 대종사의 고언, 코로나로 힘든 요즘 TV뉴스에서는 쏟아내는 답답함에 머리가 아파지고 있던 차에 교당에서 새로 나누어 준 사경노트를 쓰면서 이 시대의 정치·기업·사회의 지도자들에게 전해주는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이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대종경(大宗經)> 요훈품 29장에서 지도자의 자세로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빈말로 남에게 무엇을 준다든지 또는 많이 주었다고 과장하여 말하지 말라. 그 말이 도리어 빚이 되고 덕을 상(傷)하나니라. 또는 허공 법계에 빈말로 맹세하지 말라. 허공 법계를 속인 말이 무서운 죄고(罪苦)의 원인이 되나니라”고 하셨고 또 30장에서는 “자기 마음 가운데 악한 기운과 독한 기운이 풀어진 사람이라야 다른 사람의 악한 기운과 독한 기운을 풀어줄 수 있나니라”고 하셨다.

소태산 대종사의 이 말씀은 지도자는 먼저 선의(善意)로 무장하고 헛된 약속보다는 지킬 수 있는 언행만 하라는 말씀이라고 생각된다. 또 요훈품 28장에서 “진인(眞人)은 마음에 거짓이 없는지라 모든 행사(行事)가 다 참으로 나타나고, 성인(聖人)은 마음에 상극(相克)이 없는지라 모든 행사가 다 덕으로 나타나나니, 그러므로 진인은 언제나 마음이 발라서 삿됨이 없고 성인은 언제나 마음이 안온하여 괴로움이 없나니라”고 하셨다. 또 요훈품 31장에서 “상극의 마음이 화(禍)를 불러들이는 근본이 되고, 상생의 마음이 복을 불러들이는 근본이 되나니라”고 했다. 이는 남을 밀어내고 배척해서는 성취할 것이 아무것도 없으며, 상생을 통해서 복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지도자들의 임무라고 알려 주신 것이다.

2020년, 우리가 겪는 답답함은 아무리 물질이 개벽해도 정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된다는 대종사님의 말씀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해줬다.

앞에서 Finkel 교수가 미국의 양극화 과정을 악마적 이혼과정과 같다고 했는데, 요즘 TV에서 이혼한 부부들이 나와서 과거를 뒤돌아보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여기에 출연한 부부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 모두 선량하고 훌륭한 사람들인데 한결같이 “그때 왜 말하지 못하고 오해를 키웠을까…”, “더 내가 배려했어야 했는데…” 하는 회한(悔恨)과 지금이라도 잘 해보자며 해원(解寃)을 쏟아낸다. 출연자들이 겪은 역경에 깊이 공감하면서, 출연자들이 그때는 마음이 강하지 못해 피하지 못한 역경을 우리는 마음공부를 잘해 순경으로 돌릴 수 있기를 염원해 본다.

우리 모두에게 나라도, 사회도, 가정도 마음의 힘을 키워 선의와 상생으로 임해야 코로나/경제난·노령화·환경변화 등이 가져오는 역경을 이겨낼 수 있다고 경고해주고, 마음을 다시 잡게 해준 2020년을 뜻깊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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