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논리에 매몰된 인사청문회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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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논리에 매몰된 인사청문회는 이제 그만
  • 이여진 교도
  • 승인 2021.02.1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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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이여진남교당 교도서울교사회장
이여진남교당 교도서울교사회장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정부 요직에 고위 공직자를 임명하고자 할 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검증절차를 거침으로써 입법부인 국회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통제하고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데 신중을 기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는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이 대선에서 공약으로 제시했고, 2000년 법이 제정되면서 등장하였다.

이러한 인사청문회는 초기에 그 대상이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등 23명이었지만 점차 늘어나 현재는 65명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인사청문회는 직무를 훌륭히 수행할 수 있는 능력, 경험, 전문지식 등을 갖추고 있는지, 자신의 사리사욕보다는 공익을 우선하는 품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검증하여 자질과 능력이 부족한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등 인사권자가 미처 살피지 못한 결격사유를 발견해내는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는 현재 무용론의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첫째, 인사청문회가 견제와 균형의 논리보다는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파행적으로 운영된다는 문제가 있다. 후보자에 대한 자질과 능력에 대해 야당은 폄하하여 공격하고, 여당은 과대 포장하고 엄호하기 일쑤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후보자를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내로남불을 일삼아 정쟁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인사청문회장에서 카메라의 앵글을 의식한 일부 의원들은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고 유권자의 주목을 받기 위해 목소리를 한껏 높여 상대 당의 후보자에게 호통을 치고 범죄 피의자 다루듯 함부로 한다. 더 나아가 후보자의 업무 능력과 자질, 도덕성 검증을 넘어 악의적인 인신공격과 가족 신상털기, 망신 주기, 흠집 내기를 통한 여야 간 기 싸움으로 청문회의 본질을 왜곡하기도 한다.

둘째, 상임위원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경우,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거나 부적격으로 채택되어도 대통령은 고위공직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그러니 후보자는 민감한 자료는 제출을 거부하고, 질문에 대한 직답은 회피한 채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등, 또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되었을지언정 법적인 책임은 없다는 등 무책임한 답변을 하기 일쑤다. 예전에는 후보자들이 위법 행위와 도덕적 치부 등 흠결이 사전에 공개되면 여론을 의식해 자진해서 사퇴하기도 하고, 대통령이 후보자를 교체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좀 다르다. 부적격 보고서가 채택되어도 계속해서 임명되는 상황이니, 불편하고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하루 이틀 청문회장에서만 잘 참고 버티면 된다는 식이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국처럼 우리도 공개 검증 이전에 국가 수사 역량이 총동원되는 사전 검증을 철저히 강화하여 부적격 후보자를 미리 선별해야 한다. 또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대통령의 임명 강행을 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자료 미제출이나 증인 불출석의 경우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여야 모두 각종 루머와 의혹 제기의 홍수 속에서 국력을 낭비하는 소모전을 지양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주요 공직에 선출하기 위해 옥석을 가리는 제도의 본질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초당적 입장에서 후보자의 업무능력과 자질, 도덕성 검증을 위한 객관적 자료를 철저히 준비하고, 예의를 갖춘 질문과 성실하고 정직한 답변을 바탕으로 한 상호 존중과 소통의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의식 개혁과 함께 제도적 보완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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