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칼럼] 세월호를 기억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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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세월호를 기억하는 법
  • 정형은 교도
  • 승인 2021.04.25 03:00
  • 호수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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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은ㆍ여의도교당 교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기억이

약속을 지키고 책임을 질 때라야

세월호 참사는 역사의 교훈으로 남을 것이다.

유가족의 참담한 고통을 위로하며

일상을 회복하도록 돕고,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자정능력과 안전장치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정형은<br>여의도교당 교도<br>(사)평화마을짓자 이사장
정형은
여의도교당 교도
(사)평화마을짓자 이사장

​​​​​​​2014년 4월 16일. 그날 나는 어머니와 잠깐 밖에 나와 때이른 점심을 먹고 있었다. 누군가 바다에서 사고가 났다는 이야기를 했고 음식점 TV에서는 심상찮게 출렁이는 파도 위로 ‘전원 구조’라는 자막이 뜨고 있었다. 한순간 불안한 마음이 스쳤지만 그랬겠지, 다행이야, 다친 사람은 없나, 이것이 내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최초의 장면이다.

그리고 이후 알려진 세월호 참사의 진짜 소식은 우리 사회를 온통 밑바닥부터 뒤흔들어놓았다. 기대에 부풀어 제주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의 최후 모습과 남아있는 평화로운 일상의 흔적은 숱한 사람들을 슬픔에 빠뜨려 피어보지 못한 채 수장된 넋들을 추모하는 끝없는 애도의 행렬로 이어졌다.

교육계는 크나큰 충격 속에 우리 사회와 교육에 대한 성찰을 통해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그저 가만히 있으라고만 강요하는 교육, 생명과 행복보다는 돈과 출세에 목을 매는 사회, 아이들이 죽어가는데도 무책임과 무능뿐 아니라 거짓으로 모면하려는 국가시스템과 국가권력에 대한 분노와 위기감이 시민들을 거리의 촛불로 이끌었다.

그리고도 7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하늘아래 명백한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채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왜 침몰했는가? 왜 구조하지 않았는가? 배는 겨우 끌어 올렸지만, 탑승자 476명 가운데 304명이 사망 또는 실종된 엄청난 참사의 진실은 아직도 인양되지 않았다.

안개가 자욱해 아무도 출항하지 못한 인천항에서 왜 유독 세월호만 당일 최대 화물 적재량의 두 배에 달하는 화물을 싣고 무리하게 출항했는지, 일본에서 구입한 18년 된 낡은 배를 이명박 정부가 사용기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하여 띄운 것도 모자라 왜 불법 증축했는지, 물살이 빠르기로 두 번째인 맹골수도에서 3등 항해사가 운항을 지휘하고 선장은 왜 자리를 비웠는지, 선장과 선원들은 탑승객에게 왜 그대로 있으라는 안내방송만 거듭하고 정작 본인들은 제일 먼저 배를 빠져나갔는지, 신고받고 출동한 해경과 주변 헬기들은 여객선 안에 300명이 넘게 남아있는데도 밖으로 나온 승객만 구조하고 왜 배 안으로 진입하지 않았는지, 세월호 참사 직후 7시간 동안 대통령의 행적과 중앙정부의 혼란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국가의 구조 노력과 대응 시스템의 문제는 무엇이었는지….

질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관계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공무원들은 침묵으로 조사를 지연시키는 가운데 법원은 선장과 선원들, 현장에 출동한 해경 123정 정장과 한 명에게만 책임을 묻고 나머지는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세월호 참사 관련 정보를 가지고 있는 국정원과 해군이 조사에 협조를 안 하고 정부 부처들이 손 놓고 있는 사이에 책임자 처벌 공소시효가 다가오고 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기억이 약속을 지키고 책임을 질 때라야 세월호 참사는 역사의 교훈으로 남을 것이다. 유가족의 참담한 고통을 위로하며 일상을 회복하도록 돕고,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자정능력과 안전장치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국가기관과 언론이 거짓공방을 되풀이할 때, 전국 곳곳에서 달려와 바다로 뛰어든 민간 잠수사들과 이름 없이 참여한 수많은 시민은 정녕 의롭고 아름다웠다.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세월호에서 충분히 배워야 한다. 시간이 얼마 안 남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우리 시대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법이 될 것이다.

4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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