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찾는 세상의 끝은 지금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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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찾는 세상의 끝은 지금 여기에 있다
  • 박선국 교도
  • 승인 2021.04.25 04:01
  • 호수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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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공부 21
노매드랜드 (Nomadland, 2020)
감독: 클로이 자오
배우(배역): 프란시스 맥도맨드, 데이비드 스트라탄,
린다 메이, 밥 웰스, 샬린 스완키

 

│영화 줄거리│

2010년대 초 미국 중부의 엠파이어라는 광산 도시에서 살던 펀은 경제 붕괴로 직장을 잃고 연이어 병으로 남편도 잃고 만다. 그러나 삶은 계속되어야 하기에 그녀는 낡은 밴에 몸을 싣고 정처 없는 노매드(방랑) 길에 나선다. 처음 맞이하는 세상과 환경 그리고 자의든 타의든 그녀처럼 길 위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을 통하여 조금씩 방랑 생활을 배우며 익혀간다.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 그만큼 다양한 만남을 이어가던 그녀는 다시 정착 생활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맞닥트린다. 덜컥 밴이 고장 나고 만 것이다. 그녀는 여정을 여기서 끝내야 할 것인지 아닌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한다.내용을 입력하세요.

 

영화 ‘노매드랜드’는 방랑 생활을 선택한 여주인공이 그 여정을 통해 우리에게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말해주는 작품이다. 영화는 픽션과 논픽션 사이를 교묘하게 이어가며 유랑자의 삶을 경제나 사회문제의 시선보다는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터치로 표현한다.

눈이 시리게 슬퍼 보이고 외로워 보이지만 그지없이 아름답고 포근한 자연 풍경, 가슴 저리게 애잔하지만 마음을 위로해주는 잔잔한 음악이 하나로 어울린다. 한동안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화면을 보고 음악을 함께 하다 보면 ‘아 그렇구나’하고 느껴지는 그 무언가가 있는 생각의 자리를 우리에게 마련해주는 영화이다. 아픔이 있지만 그와 함께 배시시 미소를 짓게 하는 따뜻한 영화이다.

영화에서는 황량하고 고되 보이는 배경 속에 구차하고 불편하며 보잘것없어 보이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자리하고 있다. 그것은 장엄하고 숭고해 보이기까지 하는 광활한 자연과 대비되지만, 인간 각자의 존엄함과 존귀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아이러니함이 있다.

현실과 하나가 되어버린 듯한 주인공의 연기가 감탄을 불러일으키지만 그런 연기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배우의 역량에 더하여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아마추어들이 있기 때문이다. 현실 속에 뿌리박은 꾸밈없는 그들의 손짓, 몸짓, 얼굴표현, 대사 한 마디가 더욱 생생함을 불러일으킨다. 그들의 독백 같고 때로는 고백 같은 짧고 간결한 대사들은 우리에게 곱씹어볼 귀한 선물 같은 질문들이다.

극 중 주인공 펀은 자신은 ‘House(물리적인 집)’가 없을 뿐이지 ‘Home(정신적인 집)’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집이 없다고 ‘고향’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영화 첫 장면에서 추억과 기억이 가득한 물건 중 일부를 가지고 그녀의 고향 같은 마을을 떠나는 밴의 모습과 영화 마지막에 마을로 돌아와 그 물건들을 다 처분하고 광활한 대지를 향해 길을 다시 떠나는 그녀의 홈이 되어버린 밴의 모습은 똑같으면서 똑같지 않아 보인다.

첫길은 나의 길이 아닌 것 같은 ‘방황’의 길이었다면 마지막 길은 내가 가고자 하는 진정한 ‘방랑’의 길을 나서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 방랑의 끝에 결과가 어떤 것이든 중요하지 않다.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진 주인공이 가는 길이기에….

우리 원불교인들은 ‘마음고향’을 찾아가는 방랑자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지금 여기 당신의 마음고향은 어디 있는지 한번 깊이 느껴야 할 일이다.

박선국<br>돈암교당 교도<br>​​​​​​​문화평론가
박선국
돈암교당 교도
​​​​​​​문화평론가

 

4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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