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칼럼] 적절한 의욕과 지나친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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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적절한 의욕과 지나친 집착
  • 이여진 교도
  • 승인 2021.05.08 15:23
  • 호수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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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진 강남교당 교도<br>서울교사회장<br>
이여진
강남교당 교도
서울교사회 회장

의욕과 집착, 둘 다 무기력이나 무관심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고,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달음박질치는 것으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발견된다는 점에서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 둘의 어감은 분명 다르다. 전자는 긍정적 의미인 반면 후자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의욕이란 무엇을 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마음이나 욕망을 말한다. 사실 인간에게 의욕 없이 이루어지는 일이란 거의 없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꿈을 지니고 자신이 원하는 뜻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의욕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반면 집착은 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있어 그것을 매사 잊지 못하고 그것에 매달리는 것을 말한다.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영화, The Collector에 등장하는 박제된 나비 수집가 프레디는 이러한 집착의 끝판왕이다.

하지만 1960년대 호러 스릴러의 고전인 이 영화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집착은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TV 사회면에 종종 등장하는, 사랑하는 이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 즉 스토킹이 전형적이다. 이는 상대방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고의로 쫓아다니면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집요하게 정신적·신체적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행위로 21세기의 또 다른 프레디의 모습이다.

아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자녀 성적에 대한 부모의 과도한 집착은 아이를 가출이나 비행으로, 때로는 자살로 내몬다. 일 중심으로 사고하는 과업 지향적인 상사가 조직의 실적만을 중시하면서 ‘더 높이, 더 멀리, 더 많이’를 외치는 목표에 대한 집착은 조직의 인화를 해치고 동료나 부하 직원에게 스트레스를 주며 그들을 신경정신과로 유도한다. 올림픽이나 국제 경기에서 금·은·동을 반드시 따야 한다는 체육계 지도자와 선수들의 강박관념 역시 집착으로 이어져 금지 약물 사용으로 패가망신하는 경우를 우리는 여러 차례 보아왔다.
 

 

집착은 자칫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그 안에 담겨있는 

자신의 이기심을 볼 수 있는 눈을 멀게 만들어

집착의 대상 저 너머에 있는, 인생에서 더 중요한

것들을 볼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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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처럼 앞만 보고 밀어붙이고 있다면,

혹시 의욕을 넘어선 집착이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의욕이 지나치면 집착이 된다. 과유불급(過猶不及), 그러니 옛 성현들도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고 이를 염려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중용(中庸)의 덕을 강조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상황에 따른 적절한 욕망이 의욕이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적절한 의욕’과 ‘지나친 집착’을 구분해 내기가 여간 쉽지 않다. 의욕과 집착의 구분은 특히 이것이 자신의 문제가 되면 그 판단이 더욱 흐려진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집착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사람에 대해 집착하는 사람들 중에는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상대의 의중을 헤아리고 살피지 않아 그의 정서와 감정을 읽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의 집착에 대해 주위에서 지속적으로 조언을 해 준다 해도 이를 수용하여 개선할 기회를 스스로 원천봉쇄해 버린다. 따라서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공감 능력을 키우고 현명한 주위 사람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집착은 자칫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그 안에 담겨있는 자신의 이기심을 볼 수 있는 눈을 멀게 만들어 집착의 대상 저 너머에 있는, 인생에서 더 중요한 것들을 볼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그것은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상황을 악화시키며 결국 자신까지도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

지금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내달리고 있다면,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기에 계속해서 불도저처럼 앞만 보고 밀어붙이고 있다면, 혹시 의욕을 넘어선 집착이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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