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교무의 길] ‘혼자’이지만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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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교무의 길] ‘혼자’이지만 ‘전부’
  • 정효천 교무
  • 승인 2021.05.0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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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교무의 길6
정효천 교무<br>​​​​​​​군종교구·제52보병사단
정효천 교무
군종교구·제52보병사단

 

“교무님 혼자라도 정말 오십니까?”

상대의 진심 어린 눈빛과 짧은 한마디가 가슴 떨리게 하는 순간이 있다. 그 설렘의 감정을 손끝으로 옮기며 이 글을 작성해 본다.

첫 번째, 일요일 오전의 설렘이다. 교당이 없는 이곳에서 우여곡절 끝에 정기적으로 법회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였으나 그 안에서 함께 할 ‘사람’이 없다. 혹여 ‘원불교를 신청하지 않았지만, 경종과 목탁 소리를 듣고 찾아오는 그리운 이가 있을까?’ 하여 일요일 오전 서늘함이 머물러있는 빈 공간의 문을 열고 들어가 홀로 기도하고 있노라면 여러 가지 감상이 빈 공간을 채우기 마련이다.

불공에는 진리불공과 실지불공이 함께해야 이뤄지는 것이기에 진리불공을 통한 감상만 채울 수 없지 않은가. 실지불공의 방법을 고민하던 중 나는 사단으로 전입하는 보충병(전입신병)들의 군종부 인성교육을 전담하는 교관이 됐다. 매주 전입하는 새로운 용사들을 마주할 기회가 주어져 한 명과 인연을 맺었다. 그 인연으로 어느덧 일요일 법회는 진리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두 번째 토요일 오전 설렘이다. 잠실교당에서 10여 년의 시간 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정성스럽게 군 교화를 지원하는 부대가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어려움을 직면하여 민간성직자 교무님의 활동이 오랜 기간 제한되다 보니, 많던 장병들이 모두 흩어졌다. 군종장교의 신분으로 종교행사가 아닌 비대면 종교행사를 위한 종교교육으로 부대를 찾아가니 1명이 찾아왔다. 그 한 명의 끈이 끊기지 않았기에 이번 주는 15명이 함께 마음공부를 했다.

지난주 일요일 오전, 10명의 장병들과 법회를 보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더니, 한 장병이 손을 들고 묻는다. “교무님 (장병 출석이) 혼자라도 정말 오십니까?” 그는 부대 전입 후 이곳에서의 교화발전을 위해 법회의 문열이를 염원하던 곳으로 배치받은 용사였다. 그렇게 법회가 개설됐고, 이번 주 일요일 오후부터 세 번째 설렘의 시작됐다.

그 전까지 원불교 종교행사가 단 한번도 진행되지 않았던 곳에 문열이를 하며 대각개교절을 맞이하여 의미있는 보은행사를 하게 된 것에 마음 모아 감사의 심고를 올린다.

‘감사생활을 하는 이는 늘 사은의 도움을 받게 된다’고 했다. 일과 중 실무적인 협조를 하기 위해 그 부대 인사과를 찾아가니 안면이 있는 사람을 만났다. 작년까지 교화지였던 3사관학교 졸업생이 인사장교가 되어 장소와 시간, 안내와 홍보까지 어려움 없이 준비를 도왔다. 그리고 현관에서 홀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소중한 인연을 만나 2시간여의 법회를 마무리하고 다음 주를 기약한다. 이 두근거리는 교화 설렘의 주인공은 결코 내가 아니다. 모든 것을 내어 주어도 감사의 연락을 드리면 늘 조금이라서 미안하다 하시고, 오히려 준 것이 없다 하시는 그 한 분, 한 분의 마음이 뭉치어 교화를 꽃피운 것이다. 군 교화를 후원해 주는 모든 교도님들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임을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대각개교절을 맞아 전부를 위한 심축의 향을 홀로 공손히 띄워 보낸다.

5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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