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칼럼] 당신의 가정은 평안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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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당신의 가정은 평안하신가요?
  • 전종만 교도
  • 승인 2021.05.15 02:09
  • 호수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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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만 수원교당 교도<br>하나병원 원장
전종만 
수원교당 교도
​​​​​​​하나병원 원장

그녀는 20대 중반의 조현병 환자였다. 이미 10대 후반부터 피해망상과 환청에 시달려 왔고 약을 먹지 않아 증상이 심해지면 입원 치료도 받아야 했다. 피해망상은 자신을 괴롭히는 ‘박해자(persecutor)’가 있기 마련인데 그녀의 경우에는 엄마였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잔소리가 심했고 온갖 화풀이를 자신에게 다 했으며 심할 때는 욕하고 때리기까지 했다.

조현병이 발병한 후에는 오히려 입장이 바뀌어서 그녀가 엄마에게 물건을 집어 던지고 폭력을 행사하곤 했다. 약을 먹으면 공격적인 행동은 줄었으나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는 엄마에 대한 적개심이 불씨로 남아있어 언제 어떻게 타오를지 모를 일이었다.

엄마는 이제 자신이 피해자라며 딸로 인해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용서와 화해는 치료의 중요한 이슈였고 수개월의 상담 끝에 가까스로 엄마에게서 사과의 말을 끌어낼 수 있었다.

‘미안하다. 엄마도 먹고살기 퍽퍽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구나!’로 시작한 말은 ‘모든 게 엄마 잘못이야. 정말, 정말 엄마가 잘못했어’라는 대성통곡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그녀의 표정이 다소 흔들리는 것을 감지하고 엄마의 진심이 느껴지는지 물었다. 순간 가슴을 쿵 하게 하는 그녀의 한 마디.

"저거 다 쇼하고 있는 거예요."

엄마로 인한 그녀의 상처는 눈물이나 말 몇 마디로 아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신적 외상(trauma)이라 부르는 이 상처는 물리적 폭력이나 성폭행과 같은 큰 외상(big trauma)도 있지만 일상에서 말투나 눈빛, 표정으로 전하는 작은 외상(small trauma)도 있다. 살면서 큰 외상을 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 오히려 우리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작은 외상이다. 비꼬는 말투, 무시하고 비웃는 눈빛이나 표정은 가랑비에 속옷 젖는지 모르게 아이의 성격 속에 부정적으로 스며든다.

어렸을 때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비교당하고 은연중에 ‘네까짓 게’라는 메시지를 받고 자란 사람은 경계를 당할 때마다 ‘나는 보잘것없고 시원찮은 인간’이라는 핵심 믿음(core belief)이 불쑥불쑥 고개를 쳐든다. 이것은 자신에 대한 불신, 타인에 대한 원망을 만들고 삼독 오욕, 시기 질투심과 같은 업장의 원인이 된다. 어쩌면 가정은 가장 강력한 업(業)을 짓는 곳이다.

부모는 자신도 모르게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업 때문에 돌이키기 힘든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 부모가 불안정하면 아이와의 관계에서 그 불안정이 대물림되기도 한다. 아이는 부모로 인해 괜히 눈치를 보거나 지나치게 감정부터 앞세우거나 문제 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는 불안정한 사람으로 자란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비유전성 세대 간 대물림’이라고 한다.

불안정한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의 70~80%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생물학적인 유전현상 못지않게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가정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했다. 임산부에게는 ‘모진 마음과 말과 행동’을 내지 말라 했고, 자녀를 ‘심교(心敎)·행교(行敎)·언교(言敎)로 가르치되 엄교(嚴敎)’는 자주 쓸 법이 아니라고 했다.

한 가정을 흥하게 하는 호주(戶主)의 정신에 대해 아홉 가지로 정리하고(〈대종경〉 인도품 41장) 모범적인 가정을 이루는 열 가지 방법을 제시하며(〈대종경〉 인도품 43장) 가정이 선업의 뿌리가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가정의 달 5월, 근본을 다스려야 모든 일에 성공한다는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나의 가정에서는 어떠한 업의 씨앗이 싹트고 있는지 돌아보고 챙겨야 할 때다.

5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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