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의 향기] 지구의 몸짓 생명의 몸짓...춤추는 사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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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의 향기] 지구의 몸짓 생명의 몸짓...춤추는 사상가
  • 한울안신문
  • 승인 2021.05.15 02:40
  • 호수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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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용 댄스만달라 안내자
깃털처럼 가볍게 뛰어오르는 그는 어릴 적부터 택견으로 다져진 몸이 현재의 댄스만달라를 표현해 내는 기초가 됐다고 말한다.  

 

깃털처럼 가벼운 그의 몸짓은 말 없는 가운데 깊은 울림을 준다. 그가 서는 무대는 치유, 기억, 전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다소 무거운 공간이다. 어쩌면 ‘댄스만달라(DANCEmandala)’가 가진 소명인지도 모르겠다. 공연이 잡히면 그곳에 얽힌 역사와 정신, 그리고 사람과 삶을 먼저 공부하게 된다는 그는 ‘춤추는 사상가’가 꿈이다.

춤추는 것을 좋아하지만 끊임없이 연구 활동을 병행하면서 자신이 딛고 있는 예술의 토양을 단단하게 다지고 싶다는 그. 삶의 방향을 찾기 위해 떠난 인도에서 공동체를 배웠고, 태국에서 댄스만달라 창안자 ‘아리랏’을 만나 인생의 방향로를 결정했다. 그리고 ‘개벽’ 사상을 좇아 원불교학 석·박사 통합과정을 수료 중이다. 원불교를 사상과 철학으로 깊이 만나고자 현재는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에서 연구보조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송지용(법명 기찬·대학법당) 댄스만달라 안내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댄스만달라’라는 직업이 생소한 분들이 많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댄스만달라는 흔히 움직임명상이라고 부른다. 형식이나 정해진 스텝 없이 자신의 몸이 움직이고 싶은 대로 마음 편히 움직이면서 자신의 숨, 감정, 기운에 집중한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춤과 움직임으로 발현시켜 내적 성숙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

고대 산스크리트어로 ‘원(圓)’을 뜻하는 ‘만달라(Mandala)’는 진리의 상징이며, 수행의 도구이다. 춤 또한 수행의 도구이다. 때문에 댄스만달라는 끊임없는 움직임을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고,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춤의 여정이며, 수행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댄스만달라로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활동가는 그를 포함해 3명 정도가 있고, 그가 최연소 안내자이다.

 

2018년 6월, 퍼머컬쳐학교와 원불교환경연대가 주최한 '경계 넘어, 평화' 행사에서 송지용 댄스만달라 안내자는 북한의 산림 황폐화와 에너지난이 해소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민통선 안에서 '평화의 몸짓'을 췄다. (파트너 김찬송)

춤추는 사상가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댄스만달라를 안내하거나 참여형 퍼포먼스를 할 때 모두가 예술가가 되도록 안내한다. 때문에 정교하고 고도화된 기술보다는 그 상황을 오롯하게 담아내면서 서로의 공명이 일어나게 해야 한다. 안내자의 내적 힘이 굉장히 요구된다. 댄스만달라는 다른 사람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가 하는 동작, 자기에게 오는 모든 것-상황, 기운, 소리 등-들을 거부하지 않고 열고 허용하면서도 조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주로 역사의 현장, 공동체나 치열했던 운동 현장에 불려 다니는 그로서는 공연 전에 배경지식을 공부한다든지 미리 사전답사를 하는 편이다.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도 이미 평생 그 길을 걸어온 분들에게 자신의 공연이 일순간 모든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아니다. 다만 그는 매순간 그곳의 역사와 사람들의 기억을 반영해 보여주는 매개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자 한다.

 

댄스만달라로서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가?

“댄스만달라를 기반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스승 ‘아리랏’도 불교 철학에 바탕해 댄스만달라를 만들어냈다. 나도 한국의 사상과 수행의 전통을 서구적 기법이나 현대적 감성으로 녹여 프로그램화하고 싶다. 프로그램명도 ‘지구의 몸짓, 생명의 몸짓’이라 정했다. 그것을 도구 삼아 세계관의 전환을 이뤄내고 싶다. 움직임명상을 통해 자기 존재,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전환할 수 있다고 본다. 사상과 철학을 춤을 통해 몸으로 알아갈 수도 있고, 학문으로서 개념화하여 알 수도 있는데 이 두 가지를 병행하는 ‘춤추는 사상가’가 되어 세계관의 전환을 안내하고 싶다. 그것이 생태적 전환이고, 문명적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교육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송지용 댄스만달라 안내자는 지난 13일 공동체 마을을 되살리기 위한 '2021 인심은 함열 치유는 장점'이라는 제1회 익산문화도시 문화다양성 치유마을 시민포럼에서 치유의 몸짓을 선보였다. 

삶의 가치, 세계관의 전환을 중요시하게 된 배경이 있다면?

“인도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앞으로는 사회적 기업과 공동체가 미래 대안이 된다는 생각을 했다. 잠시 머물렀던 그 공동체는 사막화된 지역에 나무를 심으면서 생태적 삶을 살아가는 곳이었다. 인종이나 지위, 권력보다 사람 대 사람이 만나 살아가는 곳이었다. 그 만남이 큰 희열을 주었고, 사람 관계를 회복하는 일을 내가 좋아하고 재밌어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것은 장벽도 많고 역경도 있겠지만 그는 “한발이라도 가야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고, 새로운 길을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인생 좌표로 삼았다.

연약해 보이지만 ‘외유내강형’의 그는 전국을 돌며 ‘지구의 몸짓’과 ‘지구(인문)학’을 구현해 내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지구학을 함께 공부하고 있는 로샤 이병한 선생과 춘천에서 생명·평화를 주제로 국제행사도 준비 중이다. 그 축제에서 그가 보여줄 ‘지구의 몸짓, 생명의 몸짓’이 어떻게 펼쳐질지 사뭇 기대된다.

 

송지용 댄스만달라 안내자는 공연에서 향을 자주 피운다. 주위를 정화시키고 영혼을 불러오기 위한 일종의 장치다. 2018년 봉도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둥근숲밭 숲속작은음악회에서 공연을 펼치다.

 

5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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