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절대 우연히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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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절대 우연히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 박선국 문화평론가
  • 승인 2021.05.24 02:39
  • 호수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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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공부 22

 

│영화 줄거리│

필로미나 리는 50년 동안 자신만의 비밀을 간직하며 살고 있다. 그녀는 딸에게 그 비밀을 말하게 됐고 혼란에 빠진 그 딸은 우연히 마주친 전직 BBC 기자인 마틴 식스미스에게 넋두리처럼 엄마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억울하게(?) 자신의 자리에서 쫓겨났다고 생각하며 의기소침해 있던 마틴은 필로미나를 도와 그녀의 비밀을 취재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렇게 50년 전 미혼모인 필로미나가 생이별하게 된 아들을 찾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고통스러운 어린 시절을 보낸 기억하기도 싫은 수녀원을 함께 방문하고 아들의 흔적을 찾아 미국까지 가게 된 그 둘은 각자의 소원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필로미나의 기적’은 전쟁 후 어려운 시절의 아일랜드 아이들이 미국으로 입양 보내진 후 그 흔적을 찾지 못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영화는 영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해외입양과 그 사실에 대한 은폐라는 무거운 주제의 진지한 내용 속에서도 감동과 위트 그리고 웃음을 적절히 섞어 그 무게감을 가볍게 하면서도 우리의 시선을 벗어나지 않게 한다.

영화는 중반까지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입양 보낸 후 오랜 기간 오매불망 찾을 생각으로 살아온 한 여성의 이야기와 아들의 잃어버린 흔적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주며 필로미나의 아들에 대한 절절한 모정을 부각시킨다. 그리고 중반 이후에는 그 아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자신의 뿌리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인간의 삶이 그 어떤 조건하에서도 숭고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 왜 그리 오랫동안 엄마와 아들이 그 애절함 속에서도 서로 찾지 못했던 이유에 대한 답을 보여주며 종교의 의무와 필요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 속 두 주인공, 필로미나와 마틴의 성격은 대조되면서도 서로를 보충하는 면을 보인다. 필로미나는 로맨스 소설을 애독하고 현실과는 좀 동떨어진 생각을 가진 주책맞은 할머니처럼 보인다. 그에 반하여 마틴은 현실을 무엇보다 냉철하게 보려 하고 이성적이며 조금은 차갑고 어찌 보면 밥맛 떨어지는 인물로 묘사된다. 한 명은 종교에 의지하며 자신의 고통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언제나 인내하는 삶을 산다. 반면 다른 한 명은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의 원인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그리고 일에 전가하는 타입이다. 다른 목적과 목표로 시작된 이 둘의 동행은 대립하기도 하지만 서로에 부족한 부분을 메워가며 이어간다.

필로미나는 ‘미움은 상대보다 나에게 상처를 준다’라며 자신을 속이고 힘들게 한 수녀를 용서하는 대범함을 보인다. 아들에 대한 진솔했던 그녀의 사랑이 용서로 승화되는 모습이다. 종교의 역할은 이분법적으로 누군가를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용서하며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이미 이 세상은 은혜와 사랑이 가득하다고 원불교에서는 말한다. 모든 존재가 그 속에서 살아가며 있는 그대로 부처들이라 말한다. 그 사실을 마음으로 느낄 때 모든 것이 감사의 대상임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랑과 미움이야 연잎에 이슬이라 한마음 찾고 보면 우리도 부처라네.”(〈원불교성가〉 139장)
 

 

5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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