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의 향기] 모두를 한 울안 삼는 공도의 작은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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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의 향기] 모두를 한 울안 삼는 공도의 작은 거인
  • 박혜현 객원기자
  • 승인 2021.06.21 20:41
  • 호수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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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의 향기

 

내 일이라 생각하면

귀찮음도 없고 힘듦도 없어

기쁘게 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그녀,

보통 사람의 기준으로는 도저히

가늠되지 않는 참 보은인의 모습이다.

일주일을 잘디잘게 쪼개 교구·단체 행사에 빠지지 않고 앞장서는 무아봉공의 산증인이 있다. 매년 서울봉공회 자원봉사자 축제 때마다 단골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는 홍타원 이태언 교도(여의도교당)다. 굵직한 활동만 꼽아보아도 열 손가락이 모자라다.

월요일에는 서울원문화해설단 보수교육, 수요일에는 사랑의 빨간 밥차 조리·배식·설거지, 목요일에는 지역 복지관 봉사, 금요일에는 너섬합창단 저녁식사 공양·합창연습, 토요일에는 일요법회 공양 장보기와 재료 다듬기, 일요일에는 법회 결석한 교도에게 예회보와 <한울안신문> 보내기를 하고 나면 일주일이 훅 지나간다. 그 외에도 상시로 벌어지는 봉공회·여성회 월례회 참석, 서울원문화해설단 해설 보조, 재해재난지역 봉사, 김장 봉사까지 하면 1년이 온통 봉공으로 가득 찬다.

“코로나 때문에 많이 한가해졌어요. 일주일 내내 바쁘게 생활한 그때가 그립죠.” 여유시간이 생겨서 좋아할 법도 한데, 그녀는 하루빨리 바삐 움직이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일이 제 눈에는 잘 보입니다.

눈에 보이니 열심히 즐겁게 할 뿐이지요.

같이 일하는 봉공회 회원들이 있어서

힘들지 않게 일하고 있어요.


행복한 봉공인

그녀가 서울봉공회 사랑의 빨간 밥차와 인연 맺은 지도 어언 12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배식만 담당했는데, 지금은 재료 다듬기부터 조리, 도시락 배식, 설거지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에 시작한 일은 저녁 6시가 넘어서야 끝이 난다. 바삐 움직이다 보니 몸에서는 땀이 비 오듯 하여 그녀의 목에는 언제나 땀 닦는 손수건이 훈장처럼 매어져 있다.

“일이 제 눈에는 잘 보입니다. 눈에 보이니 열심히 즐겁게 할 뿐이지요. 같이 일하는 봉공회 회원들이 있어서 힘들지 않게 일하고 있어요”라며 밝게 웃는다.

이미 봉공으로 행복의 맛을 알아버린 그녀는 서울에 한정하지 않고, 전국을 누비며 봉공 활동을 한다. 재해재난지역에는 남 먼저 달려가는 그녀. 안성·강릉·청주·태안·고성 할 곳 없이 두 팔을 걷어붙이는 곳이라면 언제나 그녀가 있다.

 

여성회와 ‘함께살림’

이 교도는 여의도교당 여성회 회장을 10년째 맡고 있다. 여의도교당은 원기84년 전국 최초로 교당여성회를 조직한 교당이라 그녀의 책임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한 ‘함께살림’ 환경실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여 주위에 독려하고 아이스팩을 모아 나누는 활동도 적극 힘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당 너섬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며, 매주 금요일 합창 연습하러 오는 교도들에게 직접 장을 보고 조리까지 해서 저녁식사를 제공한다. 그 모든 활동이 “내 일이라 생각하면 귀찮음도 없고 힘듦도 없어 기쁘게 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그녀, 보통 사람의 기준으로는 도저히 가늠되지 않는 참 보은인의 모습이다.

이 교도는 법회 결석 교도에게 예회보와 <한울안신문> 보내는 일을 15년째 도맡아 하고 있다. 한때는 우편요금을 줄이려고 <한울안신문> 빈 공간을 일일이 잘라서 무게를 줄여 보내기도 했다. 옆에서 남편이 도왔다. 절약이 몸에 배기도 했지만 작은 돈이라도 공금은 아껴야 한다는 생각에 수고로움 마저 잊었다. 그러다 보니 교통사고로 3개월 입원해 있을 때조차도 예회보 보내는 일은 쉬지 않았다고. 그 정성은 교화로 이어졌다. 교당에 나오지는 못하지만, 그녀를 의지해 원불교와 끈을 놓지 않는 교도들도 있다. 넉넉하고 깊은 그녀의 품 덕분이다.

 

참 주인

이 교도는 서울원문화해설단에서도 보배 중의 보배다. 매주 보수교육에서 사회를 맡고 있으며, 교도들이 성지순례를 오면 요일에 가리지 않고 해설과 보조에 앞장선다. 또한 성적지 창신동 출장소 청소와 관리 등 궂은일도 앞장서 한다.

과연 이 교도의 교단 사랑의 끝은 어디일까? 그녀는 늘 봉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줘서 교단에 감사하고, 봉공할 수 있는 건강을 주셨으니 감사하다고 말한다. “교단에서 단체나 소모임이 만들어졌을 때는 이유가 있을 거예요. 교도로서 당연히 힘을 합칠 필요가 있지요. 나 한 명 참석으로 힘이 된다면 기꺼이 함께할 겁니다. 더불어 하면 쉽고 아름다우니까요”라고 말한다. 그녀가 교구 단체 모든 행사에 참여하는 깊은 까닭을 이제야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활동이 끊이지 않고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앞장서 돕는 남편 관산 박인관 교도가 함께하기 때문이다.

 

 

회상의 작은 거인

그녀는 무슨 일을 하든지 족히 10년을 꾸준히 하는 공부심과 정성심이 대단하다. 독수리 타법으로 시작한 컴퓨터 사경도 10년째 계속해, 17회 완경했다. 요즘은 일원상서원문까지 매일 사경하며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에 좀 더 가까이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의도교당은 매일 새벽 좌선을 네이버 밴드 라이브 방송(너섬 선방)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그 시간이 되면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도 옆에서 좌선을 할 정도라고.

“일생을 손님으로 살면 손님이 되고, 주인으로 살면 주인이 되나니, 주인은 원망하지 않고 감사하며 항상 재미있게 살 뿐이다. 일의 좋고 나쁨을 따지지 않고 그 일만 할 뿐이다. 일 할 때는 주인이 되고, 일한 후에는 손님이 되라”고 한 대산종사의 법문을 생활표준으로 삼고 있다는 그녀는 ‘귀한 공익심으로 넉넉히 세상을 비추며 대중에게 이익을 주는 밝은 햇살’과 같다. 자신과 가족의 울을 넘어 교단과 국가를 한집안 삼는 이 회상의 작은 거인이다.

6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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