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갈 길 먼, 우리 청소년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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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갈 길 먼, 우리 청소년의 행복
  • 이여진 교도
  • 승인 2021.07.03 18:07
  • 호수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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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구 결과, 한국 청소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행복 지수가 매우 낮게 나왔다. 이는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오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결과가 해를 더할수록 개선되기는커녕 십여 년 전부터 매년 반복되고 있어 새삼스럽게 놀랄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행복이란 우리 생활에서 기쁨과 만족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이다. 그런데 우리 청소년들은 행복의 가장 중요한 기준을 ‘돈’이라고 응답한다. 처음 조사 때만 해도 가족 간의 화목보다 돈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학생들이 많아지던 지점이 고등학생이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은 중학생으로 그 연령층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세계 경제 11위인 우리나라는 과거에 비해 분명 잘 먹고 잘살고 있다. 전체적인 총량도, 각 개인의 삶도 개선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소득 5분위 배율이나 지니계수 등의 객관적 지표가 말해주듯 빈부격차가 심각하다. 그러니 타인과의 비교에서 느끼는 개인의 불행감은 더욱 큰 것이다.

또한,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에 경제적 부와 성장을 중시하던 부모 세대의 가치가 자녀에게로 이어지면서 돈과 물질을 추구하는 물질 만능주의가 자녀들의 가치관에도 그대로 반영되더니 이제는 드러내놓고 ‘배금주의’(재물을 숭배하여 모든 판단의 기준을 재물에 두는 태도)가 판을 치고 있다. 돈 때문에 강도행각부터 과거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음란 동영상 제작 및 유포까지 청소년들이 주동이 되어 버젓이 자행하고 있다.

이에 전 세계 1위인 우리나라의 청소년 학업 스트레스까지 가세하여 학생들의 체감 행복 지수는 더 떨어지고 있다. 석차를 내고 등급을 매기며 한 줄 세우기를 하는 학교 현실은 모두가 잘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학교에서 공부를 못 하면 자신감을 잃게 되고 딴짓을 일삼다가 문제아로 낙인찍히게 되고 스스로 자기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하고 불행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이런 청소년의 숫자가 소수가 아니라 상당히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있었던 우열반이 심리적으로 엄연히 지금도 남아있다. 열심히 공부해서 한 개인이 열반에서 보통반으로 올라간다 한들 누군가는 보통반에서 열반으로 밀리는 체제, 그러니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자존감이 떨어지고 열패감에 좌절하는 학생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그만큼 있는 것이다. 그러다 그들은 입시에서 좌절하고 취업 전선에서도 밀리면 자신도 모르게 반사회적 성향을 지니게 되어 사회에 부적응한 어른이 되어가며 행복과는 점점 거리가 먼 삶을 살게 된다.

학생들의 다양한 적성과 능력을 찾기 위해 정규 시험을 폐지하고 다양한 학습과 체험을 장려하는 중학교 ‘자유학년제도’는 그 본래 취지와는 달리 대학입시에 대비, 국·영·수 선행 학습을 위해 사교육에 매진하는 시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니 이 일을 어찌할 것인가?

저마다의 소질과 능력을 계발하여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교육 이념이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처럼 허망하게 들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주요 교과 학습 능력만이 아닌 다양한 가치와 능력이 존중받고 대접받는 사회가 된다면 인기학과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른 진로를 선정할 것이다. 명문대 입학생 수를 헤아리면서 고교 서열을 따지기보다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꼬이고 얽혀 있는 사회구조의 문제와 교육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힘을 모아야 한다.

 

이여진 강남교당 교도<br>​​​​​​​서울교사회장<br>
이여진 강남교당 교도
서울교사회장

7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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