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고 아래 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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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고 아래 쪽방 
  • 이태은 교도
  • 승인 2021.07.17 17:31
  • 호수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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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감수성up

 

기후위기 시대, 폭염과 한파가 덮치면 언론들은 때맞춰 쪽방에 카메라를 비춘다. 받는 이보다 주는 이들의 생색에 맞춘 선풍기, 냉방기, 이불, 연탄 등 후원 물품들이 쪽방을 지원하는 사회복지시설에 쌓이고 후원 물품 나눔이 사회복지사들의 주요일과가 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월세를 내고도 창문 없는 0.5~1.5평에 사는 쪽방촌 사람들은 매년 받는 여름 선풍기, 겨울 이불을 주인이나 지인들에게 나눠준다. 후원 물품은 한 칸짜리 방을 더욱 비좁게 한다. 

쪽방은 0.5~2평 정도로 공공임대주택, 비닐하우스촌, 지하 셋방, 고시원 등과 함께 한국의 극빈층이 사는 주거 형태를 말한다. ‘지옥고(지하실, 옥탑방, 고시원)아래 쪽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재 존재하는 가장 열악한 주거 형태로 쪽방촌은 노숙자와의 경계를 가르는 보이지 않는 선이다.

기후위기 시대, 쪽방촌은 예견된 기후난민촌이다. 

 

원불교봉공회는 매년 설, 추석 명절이면 반찬도시락을 만들어 동자동 쪽방촌 사람들에게 나눈다. 


주거급여가 쪽방촌 월세의 기준

올해 서울 1인 가구 주거급여가 310,000원이다. 아마도 0.5~1평 남짓한 동자동, 돈의동 쪽방촌 월세도 그 정도 선일 것이다. 

“쪽방촌 월세는 주거급여만큼 올라요.”

지난 6일 종교환경회의 대화마당 ‘기후위기 시대, 정의로운 공간을 상상하다’에서 만난 돈의동 주민협동회 최봉명 간사는 1평도 안 되는 쪽방 한 칸이 평당가격으로 보면 타워팰리스보다 비싸다며 쓴웃음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2018년 주거급여가 213,000원이고 서울 쪽방촌 평균 월세는 228,188원이다. 2019년 주거급여는 233,000원이고 월세는 231,025원이다.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평균 월세는 1.5평당 25만 원으로 강남 도곡동 타워팰리스보다 비싸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인다고 믿었던 세금이 가진 자들에게로 회귀하는 꼴이다. 

비싼 월세를 감당하고도 쪽방촌 사람들은 에너지 빈곤에 시달린다. 국토연구원 연구용역에 따르면 1인 가구 최저기준면적을 4.2평으로 정하고 있다. 주택은 상하수도, 전용 입식 부엌, 수세식 화장실 및 목욕시설 등 필수설비와 내열, 내화, 방열, 방습, 방음, 환기, 채광, 난방, 안전한 전기시설, 화재 피난 용이 등의 필수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러니 방 한 칸의 쪽방은 비주택이다. 

방 한쪽 가스레인지에 밥 한 끼 해결하고 나면 온종일 푹푹 찌는 더위를 견뎌야 한다. 폭염으로 밖에 나가지 말라는 경고가 TV에서 흘러나오면 쪽방촌 사람들은 살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기후 아파르트헤이트

유엔인권위원회는 기후변화로 인해 개인의 건강·사회적·경제적·정치적 측면에서 빈곤층이 겪게 될 사회적·경제적 불평등한 시스템이 더욱더 견고해지는 현상을 ‘기후 아파르트헤이트((climate apartheid)’라고 부른다.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의 기후변화 적응 수준의 격차가 너무나 심해,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백분리 정책에 빗댄 표현이다. 

상위 10%가 전 세계 탄소배출량 절반 이상을 배출한다. 전 세계 빈곤층 탄소배출량의 5배 이상이다. 세계 상위 1%는 하위 10%보다 평균 175배의 탄소를 배출한다. 기후위기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 중 개발도상국 사망자가 83%에 달한다. 

기후위기와 사회복지를 연구한 강준모(2020)에 의하면 쪽방촌 사람들의 탄소발자국은 3.48톤으로 대한민국 1인 가구 평균 12.11톤에 비해 1/3수준이다. 소비를 위한 탄소 배출은 2.55톤으로 에너지 1.14톤, 대중교통 0.15톤보다 높았고 소비는 주로 식료품이다. 

쪽방촌 사람들은 서울시 실내온도 권고보다 5도 높은 곳에 살면서도 폭염과 한파에 같은 재난에 대한 인식은 낮은 편인데 Nixon(2011)은 이를 ‘느린 폭력’이라고 설명한다. 

노숙의 경험이 내재 되어 있는 쪽방촌 사람들은 ‘일상이 재난’이라는 말을 달고 산다. 기후위기로 인해 가속화되는 한파와 폭염 같은 재난 또한 일상으로 받아들인다. 
 

원불교봉공회는 매년 설, 추석 명절이면 반찬도시락을 만들어 동자동 쪽방촌 사람들에게 나눈다. 

 

기후위기=불평등, 부정의

기후위기의 다른 이름은 ‘불평등’과 ‘부정의’이다. 기후위기 시대, 종교의 윤리적 척도는 ‘기후난민의 고통을 얼마나 자기 책임으로 여기는가?’라는 기독교윤리학자의 물음에 빗대어 묻는다. 

기후위기 시대, 정신개벽의 종교 원불교의 윤리적 척도는 얼마인가?

 

7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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