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아직 침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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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아직 침몰하지 않았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21.07.18 22:39
  • 호수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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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호화 유람선(크루즈)을 보면 한 번쯤은 타 보고 싶은 마음이 난다. 세계에서 제일 큰 크루즈 ‘심포니 오브 더 시즈’는 무게가 22만 톤이 넘고 길이가 362m, 수용 승객이 5,400명으로 그 규모가 상상 이상이다. 크루즈는 바다 위의 호텔이나 리조트 같은 공간이다.

당연히 수많은 사람과 다양한 계층이 승선한다. 객실마다 등급이 있고 가격의 차이가 있다. 좋은 객실일수록 배 위쪽에 위치하고, 싼 객실일수록 배 밑바닥에 위치한다. 가격이 젤 낮은 객실은 엔진, 파도 소리 때문에 잠을 종종 깨기도 한단다. 반면 상층부의 객실은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고 흔들림도 거의 없다.

바다 위를 달리는 배는 사건·사고가 빈번하지만, 어지간하면 배 운항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처리하니 대부분 손님들은 모르고 지나간다. 그런데 엔진 쪽이나 선상에 균열이 생기면 배 밑바닥 객실의 손님까지 알게 되고 서로 걱정하며 소리를 지른다.

운항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걱정하지 마라며 믿고 기다리라고 한다. 당연히 상층부에 있는 손님들은 그런 일이 있는지조차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다. 점점 사태가 심각해지는 걸 목격한 배 밑 손님들이 더 크게 소리를 치면 그제야 상층부 손님들이 사태를 인지한다. 하지만, 직접 보지 않고서는 그 심각성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초동 대비가 늦은 배는 더 이상 운항할 수가 없다. 서둘러 항구로 회항을 하든 다른 구조선이 와서 사람들을 옮겨 실어야 한다. 결론은 배를 비워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참으로 이기적으로 변해간다.

그 옛날 ‘순자(荀子)’가 말했던 모든 인간은 원래 악하다는 ‘성악설’이 맞다고 증명이나 하듯 구조선에 먼저 살겠다고 사람들을 밀치거나, 배에 집착하여 쉽게 내리지 못한다. 갖가지 욕심이 배를 떠나야 하는 발걸음을 붙잡고, 결국 욕망의 끈을 놓지 못한 몇몇 사람들은 배와 함께 침몰한다. 영화 속 ‘타이타닉’ 같은 감동적인 침몰은 상상하지 말라. 현실은 그냥 모두가 ‘침몰’이다. 아직 우리 배는 침몰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착’을 놓으면 모두가 산다.

7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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