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칼럼] 사랑의 매도 훈육도 아닌 범죄일 뿐
상태바
[한울안칼럼] 사랑의 매도 훈육도 아닌 범죄일 뿐
  • 이여진 교도
  • 승인 2021.08.08 08:09
  • 호수 12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울안칼럼
이여진 강남교당 교도<br>서울교사회장<br>
이여진
강남교당 교도
서울교사회장

“내 자식, 내가 어떻게 교육하든 댁이 무슨 상관입니까?” 이제 이런 말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르면, 아동학대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 행위를 하는 것은 물론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아동학대를 자행한 사람은 물론이고, 아동학대 의심 정황이 뚜렷한데도 이를 방임, 신고하지 않으면 법적 처벌 대상이 된다.

아동학대에는 아동의 신체적 손상을 입히는 신체적 학대, 성희롱 등 성적 학대, 아동의 정신건강이나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서적 학대뿐만 아니라 보호자가 아동에게 필요한 의식주·의무교육·의료적 조치를 하지 않는 방임 행위도 모두 해당한다. 예를 들면, 어린이집 교사가 필기도구를 특정한 한 아이에게만 주지 않는 행위,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아동을 교실 밖으로 내보내는 행위, 혼자 밥을 먹게 한 행위는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법원은 판시하였고, 최근에는 이런 정서적 학대를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에 있다.

‘정인아 미안해’를 외치며 추모 행사를 진행하고,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집회까지 벌였건만 사건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연이어 보도되고 있는 비슷비슷한 아동학대 사건에 우리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보육기관에서 CCTV를 피해 손톱으로 교묘하게 아이의 여린 살을 꼬집고 찌르고, 아동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식판을 들어 아이의 얼굴에 던진다. 부부가 서로의 학대를 묵인하며 1시간 스쿼트 체벌에 이어 2시간 엎드려뻗쳐를, 그리고 미니 큐로 구타를 한다. 버릇을 고친다고 며칠 동안 음식을 주지 않고 굶기고, 아동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을 지퍼 안으로 한가득 주입한다. 최근 사망한 아동의 온몸에 가득한 멍 자국, 그리고 또래 아이들 절반에 불과한 몸무게까지. 심지어 대소변을 실수했다고 이를 강제로 먹게 하고 그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까지 했다니. 필설로 형용할 수 없는 이 같은 만행에, 그 누가 분노하지 않겠는가?

 

아동학대의 원인은 아동의 잘못된 행동이라기보다

성인의 잘못된 양육 태도와 훈육방법이 문제이다.

또한, 가해자의 사회적·경제적 스트레스 및 소외감,

부부와 가족 간의 갈등도 한몫한다.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지난 5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고 학대자의 80%는 부모가 차지하고 있으니 가장 가까운 인연이 악연으로 이어진 셈이다.

아동학대의 원인은 아동의 잘못된 행동이라기보다 성인의 잘못된 양육 태도와 훈육방법이 문제이다. 또한, 가해자의 사회적·경제적 스트레스 및 소외감, 부부와 가족 간의 갈등도 한몫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생긴 가해자의 내적 공격성이 접근과 통제가 쉬운 아동을 향해 표출된 것이 바로 아동학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도와 정책을 통한 구조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아동을 인격체로 존중하고 사랑으로 대하는 풍토를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아동학대를 사랑의 매나 훈육이라고 포장하지 말고 명백한 범죄행위라는 것을 모두가 인지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부모교육 및 아동학대 예방교육과 병행하여 적절한 재정을 투입해 아동 전문 보호기관을 충분히 확대하는 제도적 방안 또한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아동이 원래 거주하던 가정에서 양육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원가정주의’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가정 내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인데 다시 그 가정으로 돌려보낸다면 그 이후의 아동의 상황은 뻔한 것이 아닌가? 더불어 코로나19 장기화로 피해 아동이 가정에 고립되는 경우가 많아 주위의 관심이 더욱 절실하다는 것도 우리가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8월 13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