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이름 그리고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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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이름 그리고 이름
  • 나상호 교무
  • 승인 2021.08.24 15:06
  • 호수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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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수위단원이란 이름을 내려놓았다. 법인절 후라 ‘이름’이 생각난다. ‘그대들의 전날 이름은 곧 세속의 이름이요 개인의 사사 이름이었던 바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은 이미 죽었고, 이제 세계 공명(公名)인 새 이름을 주어 다시 살리는 바이니 삼가 받들어 가져서 많은 창생을 제도하라.’

대종사께서 백지혈인(白指血印) 성사를 이룬 구인제자들을 치하하시고 법호(法號)와 법명(法名)을 주시며 하신 법문이다.

우리의 신성이나 근기가 구인 선진에 감히 비할 바 못 되지만, 그래도 법명을 받을 때 각별한 마음이었다.

사람 하나에 달린 이름이 참 많다. 부모로서 이름, 자녀로서 이름, 형제로서 이름, 친척으로서 이름, 직장이나 단체에서 상하관계 직책에 따른 이름 등. 그 이름 중에는 그저 불리는 이름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의 삶에 인연의 고리가 얽혀 책임이 따른다. 그와 여러 겹으로 인연 된 사람들이 볼 때 그가 잘살았다면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부르는 이름’이다. 이처럼 이름 하나에 참 많은 인연이 따른다.

누군가의 자리에 대한 이름에 시비를 논할 때 단지 그 이름만으로 그 사람을 비판한다. 그에게 걸려 있는 또 다른 이름들에는 관심이 없다. 그것은 그 이름과 결부하여 사랑, 존경심으로 이어진 인연 고리를 말한다. 그래서 알고 짓는 업과 모르고 짓는 업이 공존한다. 한 일을 잘 매듭지었다고 생각했는데,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하였다면 바로 거기에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종사께서 법명을 내리시면서 ‘그대들의 몸은 곧 시방세계에 바친 몸이니(중략) 가정 애착과 오욕(五欲)의 경계를 당할지라도 오직 오늘 일만 생각하며 거기에 끌리지 말라’고 하셨다. 그 뒤로 구인제자는 이 이름에 따른 책임을 다하려 가장의 책임을 불고하였다. 그 책임은 남은 가족들이 나누어 가졌고, 그에 따른 업이 있었을 것이다.

이름을 내려놓은 당사자나 그 이름에 존경하는 마음을 가졌던 인연들이 상생의 발원을 담아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이름을 내려놓으라고 한 분들도 그 사람에게 딸린 또 다른 이름과 인연 된 사람들이 많다는 진리를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 함께 있어야 이 회상이 하나 되어 오래간다.

8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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