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가까이 요양원에서 지병으로 투병 중이던 아버지께서 올해 8월 초경 갑자기 건강이 악화돼 열반에 들었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나니 한가지 후회되는 것이 있다. 아버지 살아생전에 “사랑합니다”라고 말씀드리거나 한 번 안아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TV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하는 말을 듣게 됐다. TV 프로그램 주제는 부모에 관한 것이었는데 출연자들은 한결같이 부모가살아 계실 때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안아드리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마침 그 프로그램을 어머니와 같이 보고 있었기에 어머니께 다가가 “어머니, TV에서 부모님을 안아드리고 ‘사랑합니다’라고 말씀드리라고 하네요. 우리도 한번 해볼까요?” 하고 말씀드리니 어머니는 웃으시며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거실에서 마주 서서 어머니를 꼭 안아드리며 “사랑합니다. 어머니, 건강하세요”라고 말씀드렸다. 실로 어린 시절 이후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어머니께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안아드린 순간이었다. 어머니는 정말 좋아하셨다.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는데 ‘왜 수십 년 동안 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앞으로는 자주 안아드리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는 백 마디의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말보다는 한 번의 따뜻한 마음과 행동이 때로는 더 필요하다. 요즘 교단적으로 새 전서 폐기 문제로 스승과 제자가 그리고 선진과 후진이 서로 갈등을 빚고 서로 서먹해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더불어 재가출가 교도들의 교단 개혁의 목소리가 높다. 교단이 창립된 지 100년이 지나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를 성대하게 열고 결복기교운을 힘차게 열어가자고 전 교도가 함께 결의한 지가 불과 5년 전이다. 그런데 최근 교단 구성원들이 서로의 입장을 내세우며 갈등을 일으키고 있어 큰 걱정이다.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어머니께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안아드린 순간이었다.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는데
‘왜 수십 년 동안 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앞으로는 자주 안아드리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대종경〉 교단품 2장에서 창립(創立) 십이 년 기념식에 대종사 대중에게 말씀하시기를 “후진들로서는 선진들에게 늘 감사하고 공경하는 마음이 나서 모든 선진들을 다 업어서라도 받들어 주어야 할 것이요, 선진들로서는 후진들에게 또한 늘 감사하고 반가운 생각이 나서 모든 후진들을 다 업어서라도 영접하여야 할 것이니, 선진 후진이 다 이와 같은 생각을 영원히 가진다면 우리의 교운도 한없이 융창하려니와 그대들의 공덕도 또한 한없이 유전될 것을 의심하지 아니하노라”고 말씀하셨다.
위 법문을 받들며 대종사께서 바라시는 일원 회상의 모습은 어떠한 모습일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번 새 전서 폐기 문제로 발생한 교단의 어려움과 새로운 변화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교단이 현재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교단은 다시 또 선진과 후진이, 재가와 출가가 힘을 합쳐서 이를 잘 극복하고 새로운 교단 발전으로 나갈 것이라 믿는다. 우리의 교운이 한없이 융창하고 우리의 공덕이 한없이 유전되는 그 출발점은 대종사께서 교단품에서 말씀하신 ‘선진과 후진이 서로서로 업어서라도 받드는 그 따뜻하고 하나된 마음과 행동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