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칼럼] 우리에겐 희망의 DNA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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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우리에겐 희망의 DNA가 있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21.09.14 13:49
  • 호수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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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전종만 수원교당 교도<br>하나병원 원장
전종만 
수원교당 교도
​​​​​​​하나병원 원장

강아지 한 마리를 칸막이가 있는 작은 방(이하 A방)에 가두고 방 안에 설치된 빨간 등에 불이 켜지면 방바닥에 전류를 흐르게 하여 전기충격을 준다. 강아지는 놀라서 펄쩍펄쩍 뛰다가 칸막이에 난 문을 통해 옆방(이하 B방)으로 옮겨간다. B방에는 전기충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강아지는 A방에 있다가도 빨간 등에 불이 들어오면 후다닥 B방으로 옮겨간다.

문제는 그다음에 발생한다. B방의 방바닥에도 전기충격을 주는 것이다. 강아지는 화들짝 놀라 A방과 B방을 정신없이 오가다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옮겨 다니기를 중단한다. 나중에 강아지가 없는 방 쪽의 전류를 제거해도 강아지는 그 사실을 모르고 전기충격이 있는 방에 계속 머물러 있다. 회피할 수 없는 환경에서 처음에는 혐오 자극을 피하려고 애쓰지만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피하려는 노력을 멈추고 그 자극을 그냥 받는다. 이것이 우울증을 설명하는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 실험이다.

그런데 여기서 독특한 부류의 강아지들이 등장한다. 약 30%의 강아지들은 그런 무기력한 상황을 학습하지 않는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안전한 곳을 찾아 피신한다.

그 힘은 무엇일까. 혹자들은 그것을 ‘희망의 DNA’라고 부른다. 벼룩은 자기 몸의 100배에 가까운 높이를 점프할 수 있다. 이는 170cm의 키를 가진 사람이 1.7km를 점프하는 엄청난 능력이다. 하지만 벼룩을 뚜껑 닫힌 유리병에 가둬놓으면 나오려고 몇 차례 점프를 시도한 후 유리병 안을 기어만 다닌다고 한다. 노력해도 안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한참 후에 뚜껑을 열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한 번만 더 점프하면 탈출할 수 있는데 그 한 번의 시도를 하지 않는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희망을 잃었기 때문이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희망이 끊어진 사람은 육신은 살아 있으나 마음은 죽은 사람이니 살·도·음을 행한 악인이라도 마음만 한 번 돌리면 불보살이 될 수도 있지만, 희망이 끊어진 사람은 그 마음이 살아나기 전에는 어찌할 능력이 없다”라고 하셨다.
 

동양의 작은 나라 궁촌벽지에서 꽃을 피운 원불교가

대한민국을 넘어 이제 전 세계인에게

일원의 진리를 전파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큰 희망의 증거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래서 감히 이야기하건대 원불교는 희망이다.

정신과 영역에서 가장 힘든 질환 중 하나가 알코올 중독이다. 몇 년을 치료받아도 술을 끊지 못하고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가족뿐 아니라 치료자까지도 치료해야 소용없다는 절망감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치료자가 먼저 포기하면 환자는 좋아질 기회를 갖지 못한다. 끊임없이 실망하고 좌절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정성을 다하다 보면 돈오돈수의 순간처럼 갑자기 깨달음을 얻고 회복되는 환자들도 있다. 그들을 구하는 것은 근사한 치료기법이 아니라 바로 희망이다.

돌아보면 대종사의 대각을 위한 구도 역정도, 방언공사를 비롯한 초기 교단의 모든 사업도 다 희망에서 출발한 것이다. 대종사께서는 타종교인도, 창부도, 심지어 일제 강점기의 서슬 퍼런 감시자까지 모두 부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받아들이셨다. 나는 원불교가 가진 그 희망이 광대무량한 낙원세계 건설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동양의 작은 나라 궁촌벽지에서 꽃을 피운 원불교가 대한민국을 넘어 이제 전 세계인에게 일원의 진리를 전파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큰 희망의 증거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래서 감히 이야기하건대 원불교는 희망이다.

코로나 시대의 힘겨움에도, 삶의 무수한 시련과 풍파에도 우리 원불교인에게는 더 성장하고 진급할 수 있다는 희망의 DNA가 있음을 결코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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