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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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때가 있다”
  • 유성신 교무
  • 승인 2021.09.14 14:28
  • 호수 12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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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덕에서 온 편지6

깍깍 우는 까마귀의 산울림 소리, 코끝에 스치는 산뜻한 바람, 파랗게 드높은 하늘에 자유롭게 거니는 하얀 뭉게구름. 이 모두가 움켜쥐지 않아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우주 천지자연이 준 귀한 공양물이다.

이 맑은 대자연을 벗하고 보면 평화를 노래하는 시 한 편을 낚을 수 있는 정서 속에 뛰어들게 한다. 우리는 어느 별에서 지구에 온 여행자들이다. 수많은 정류장을 거치면서 거듭 변화하며 지금 여기에서 해탈 여행의 낯선 여정의 길을 가고 있다.

휴양림 안에서 산책길을 걷노라면 나무가 바위를 부둥켜안고 한 살이 되어 거목으로 성장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거목이 쓰러지면서 옆에 서 있는 나무의 온몸을 눌러 짐을 떠안고 살아가는 나무도 있다. 이를 보면서 수용과 배려라는 두 단어가 떠오른다. 과거의 업이든 지금 지어서 받는 업이든 피해 가려 하면 잠시 비켜 갔다가 언제든 치르지 못한 대가는 다시 돌아오게 된다. 그래서 이미 지어 놓은 것에 대해서는 달게 받고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내 잘못된 판단으로 옳음이라는 사슬에 묶이고 보면, 보이지 않는 인과 관계를 무시하고 일직선으로 내 뜻을 고수하여 자타 간에 큰 상처로 남기도 한다.
 

산모롱이를 돌아가는 길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형언할 수 없는

신비로운 꽃들이 은밀하게 무수히 피어 있다.

나 홀로 가는 이 길을 통하여

기쁨과 행복이 충만할 때 우리는

더불어 함께 의지할 수 있는

드넓은 도량이 생기게 된다.

여행자인 우리는 먼 길을 가야 한다. 인과를 수용하면 억울함이 없고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자연스러워진다. 그리고 물이 흐르듯이 굽이 돌아가야 할 때를 알게 된다. 나를 내려놓으면 (저항의) 두려움 없는 가벼운 몸짓으로 더 큰 얻음을 얻게 된다.

산모롱이를 돌아가는 길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형언할 수 없는 신비로운 꽃들이 은밀하게 무수히 피어 있다. 나 홀로 가는 이 길을 통하여 기쁨과 행복이 충만할 때 우리는 더불어 함께 의지할 수 있는 드넓은 도량이 생기게 된다.

모든 것은 시기와 때가 있다. 물이 가득 고이면 저절로 넘치고, 무루 익은 꽃씨에 손을 대면 톡 터지는 찰나의 순간이 있다. 때가 아니면 미리 잡아당기거나 밀어내지 않는다. 자연은 막고 차단하고 끊고 그 어떤 것도 고집하지 않는다. 튀어나온 돌들은 수많은 세월 동안 물속에서 구르고 굴러 둥글둥글 원만하게 제 모습을 갖추어 간다.

나는 요즈음, 우리라는 도가의 울타리 안에서 순리자연한 상생 상화의 문화가 곱게 꽃피우기를 기도한다. 모든 것은 시기와 때가 있는 법이다. 아직 기다려야 할 시기인지? 무루 익어 샴페인을 터트려야 할 시기인지? 시중이 적절하게 맞아야 한다. 자타 간에 신중히 살펴서 조심스럽게 먼 미래를 가야 할 것이다.

오만년 대운의 주세불 회상은 혜안이 열린 나라는 주인공의 한 생각 속에 달려 있다. 일체중생을 위한 서원의 종자가 무루 익어 가는 구월이기를 간절히 염원해 본다.

9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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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홍 2021-09-16 23:10:31
달게 받는 수용, 때를 받아들이는 수용. 인욕바라밀 공부를 하고 있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