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종법사 기자회견 “백 번 천 번 사과 올려도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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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종법사 기자회견 “백 번 천 번 사과 올려도 부족하다”
  • 강법진 편집장
  • 승인 2021.10.03 14:00
  • 호수 12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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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현 사태에 대한 입장과 사실관계 밝혀
각단 5배수 후보추천은 대중 의견수렴 절차
애초 재신임과 보궐선거 두 가지 의미였다
일사 판단은 출가보다 재가가 월등하기도
전산종법사.

 

새로 발간된 『원불교전서』 회수‧폐기 사건 이후 교단은 5개월여 동안 격동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위단원 전원 사퇴라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고, 이후 정수위단원 후보추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보궐선거(9월 29일) 일정이 전면 취소됐다. 그리고 다시 수위단원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와 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가 재구성했고, 정수위단원 후보 3배수가 새롭게 추천돼 10월 18일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산종법사는 10월 2일 오전 10시 종법원에서 열린 교단 내 언론매체 기자회견에서 “백 번 천 번 사과를 올려도 부족하다”라면서 “올해 큰 사건이 두 가지나 일어나 재가출가 교도들을 볼 면목이 없다”라고 거듭 사과를 표했다.

 

특히 정수위단원 후보추천과정에서 중대한 문제가 발생해 전면 취소된 선거와 관련해 “특별법에 의해 처음 있는 선거라 소통에 혼란이 있었다”라며 그동안의 의혹에 관해 설명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원불교신문〉, 〈월간원광〉, 〈한울안신문〉이 공동으로 참여해 기사를 함께 작성했다.

 

 

대중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기 위해

‘각단에서 5배수 (후보)추천을 받는 것’을 생각했다.

사퇴한 수위단원들은 전원이 후보에는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위단원) 사퇴 의사를 물어보려면 물어볼 장치가 있어야 했다.

- 후보추천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상처받은 재가출가 교도들에게 후보추천위원장으로서 전할 말씀은?

“백 번 천 번 사과함이 당연하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결국 나의 부족이요, 나의 책임임을 통감한다.”
 

- 후보추천 5배수에 없는 2명이 최종 수위단원 후보명단에 들어가 논란이 커졌다.

“이번 보궐선거를 시행하면서 내 생각은 분명했다. 첫째는 대중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기 위해 ‘각단에서 5배수 (후보)추천을 받는 것’을 생각했고, 많은 사람이 찬성했다. 그런데 이 일은 규정에 없는 것이어서 참고용으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일 규정에 넣어서 공신력 있게 적용하려면 훨씬 더 많은 준비와 연구가 필요한 문제다. 둘째는 사퇴한 수위단원들은 전원이 후보에는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위단원은 대중 의사로 선출된 사람들이지 자기 발로 온 사람들이 아니다. 공의에 의해 추대돼 이 일을 하는데, 전서 사태에 따른 무거운 책임감으로 사퇴 의사는 표현할 수 있어도 뽑아준 사람들에게 물어는 봐야 할 것 아닌가. 사퇴 의사를 물어보려면 물어볼 장치가 있어야 했다. 따라서 기존 수위단원들은 후보로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각단에서 추천된 전체 명단을 (실무자들이) 가지고 와서는 ‘각단에서 추천한 대로 남녀 각 45명을 올려야 되겠다’라고 하더라. 각단의 5배수 추천을 참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거기에서 뽑기로 결정하고, 이미 공지했다는 사실을 그때 알게 됐다. 그래서 굉장히 크게 야단을 쳤다. ‘교단사를 이렇게 함부로 할 수 있느냐. 이번 선거는 재신임과 보궐선거의 성격을 같이 가지고 있는데, 이런 중요한 결정을 하면서 (후보추천)위원장인 나에게 의견도 안 묻고 보고도 없이 결정했냐. 이 일을 어떻게 할 거냐’며 내가 원체 강하게 혼을 냈다. 그래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원불교신문사 최정풍 사장이 질문하고 있다. 
월간원광 노태형 사장이 질문하고 있다. 

 

- 후보추천 명단 중 남녀 7인 득표수만 공란이었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사실 득표수를 밝히는 것은 본래 우리 법에 없다. 의견수렴을 위해 각단에 5배수 추천권을 줬고, 후추위는 3배수 추천 권한이 있다. 만약 선관위에서 후보의 득표수를 공개하면 그것은 선거권자의 권한을 침범하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
전산종법사는 수위단원 후보 남녀 각 7인의 득표수 란이 공란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파악했다고 밝혔다.


- 기존에 없던 각단 추천 방법이 처음으로 도입되다 보니 ‘5배수 추천’에 대한 이해와 해석도 분분하다. 본래 취지를 다시 설명해 달라.

“이번 선거는 모든 게 처음 겪는 일이다. 기존법에 없어서 특별법을 만들었다. 지난번 전서 사태 때 크게 문제된 것이 대중과의 소통이었다. 소통 방식을 고민한 결과가 ‘각단 5배수 추천’이었다. 이 방식은 예전 수위단원 선거 개정 요구가 있을 때부터 나왔던 의견이다. 대개 항단원들이 각단장이고 위아래로 10년 정도의 사람들을 알기 때문에 그분들에게 5배수를 추천받으면 괜찮겠다는 생각으로 나온 이야기였다. 그 방법을 이번에 처음 시도해 본 것이다. 제도로서 완벽하게 준비해 시행한 것이 아니라서 ‘이번 5배수 추천은 후추위에서 참고자료로만 삼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런데 소통과정에서 결정적인 실수가 생겼다.”
 

- 대중은 각단에서 추천한 5배수 명단 내에서 3배수 추천이 이뤄진다고 이해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후추위에서 ‘어떻게 대중의 의사를 참고만 하냐. 5배수 안에서만 3배수를 추천하자’라고 결의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가 나에게 전달 없이 ‘5배수 안에서 3배수를 추천하겠다’라는 (선관위)공지가 먼저 나갔다. 법에 없더라도 선관위에서 공지가 나가면 법적 효력을 갖는다. 처음 5배수 추천에 담긴 취지와는 다르지만 그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 보궐선거에 대한 대중의 생각과 종법사의 생각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재신임의 성격이 있고 빈자리가 있어서 보궐 성격이 있다’라는 말을 처음부터 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수위단원 전체에 대한 재신임이 아니라 수위단원 개개인의 재신임을 묻는 선거라고 생각했다. 이번 사태는 처음 있는 일이고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 대중이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세한 설명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일정이 너무 촉박했다. 수위단회에서 총사퇴를 결의하고 일주일 정도 기간을 두고 특별법을 연마하고 논의해야 했는데 그때는 교단 구성원 모두 하루하루가 힘든 시기였다. 한 라도 빨리 수습안을 내서 대중 마음을 풀어주려고 했다. 근본적으로 이번 선거는 수위단원부터도 개념이 제대로 안 잡혀 있었다. 그러니 재가출가 교도들은 오죽했겠는가. 한 번도 안 해본 일을 특별법까지 마련해서 한 일이라 빈틈이 생겼다.”
 

- 전서 폐기 사태부터 이번 수위단 보궐선거에 이르기까지 교단에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책임지는 모습이 부족했다. 이번에 수위단원들이 사퇴를 한 것은 책임지려고 한 것이 아닌가.

“책임에 대한 것도 나는 생각이 다르다. 교서감수위원 11명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도 교서감수위원 직책만 내려놓으면 되지, 왜 수위단원 직책까지 물러나야 하는가. 그들이 수위단원으로서 모든 일을 잘못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개혁적인 큰일들은 잘 해왔다. 감정과 법은 다른 것이다. 교단법 운영은 냉철해야 한다.”


- 중요한 실책이 있을 때 법적 절차대로 했더라면 대중이 공감했을 텐데, 사람만 살리려고 하니 법이 바로 서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도치·덕치·법치를 얘기하는데, 실제 생활에서는 법치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 회상에 온 인연들은 소태산 대종사께서 숙겁을 오가면서 인연 맺은 사람들이다. 시시비비를 가리더라도 기운이 가라앉은 후에, 서서히 신중하게 해야 한다.”
 

- 미국총부 재가출가 교도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는 데 대한 이견이 있다. 법적 근거에 대한 이견이 있고, 자칫 교단이 나눠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번 일은 전례가 없기 때문에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3년 전 미국총부 재가출가들이 수위단원 선거에 참여했고, 이번 선거가 재신임을 묻는 자리라면 그분들도 선거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보궐선거는 미묘하게 다르다. 미국자치교헌이 시행되면서 법적으로 이미 효력을 가지게 됐다. 그럼에도 선거권 요구가 있어 고려하던 중 이미 선관위에서 결정이 됐다. 선거권 주는 것에 대해 법률가의 자문을 구했는데 법리적으로도 안 주는 것이 맞다고 하더라. 종법사는 다른 곳(국가)에서 초빙해 갈 수 있다 하더라도, 법의 정신으로 보면 중앙총부와 미국총부는 앞으로 각각 수위단원을 선출하게 된다.”
 

- 현 수위단원 선거제도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선거법은 앞으로 개선해야 하는데, 교단 이념의 기본 정신이 어디에 있냐를 생각해야 한다. 선거법을 개정하더라도 소태산 대종사께서 회상을 열고 운영해온 기본 정신이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공의’다. 기본적으로 대중의 뜻이 반영돼야 한다. 물론 그 뜻을 모으는 데도 법 있게 절차를 만들어서 해야 한다. 하여튼 선거방법을 손을 보긴 보는데, 선거운동이 되면 안 된다.

 

 

선거법을 개정하더라도 소태산 대종사께서

회상을 열고 운영해온 기본 정신이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공의’다.

우리의 선거 방식은 사실 ‘추대’다.

후보에 대해 잘 모르고 선거하는 문제는

앞으로 정보기술을 활용해서 보완할 수 있을 것 같다.

함께 연구해보자.

질문하는 기자들, 왼쪽 상단부터 월간원광 장지해, 한울안신문 강법진, 원불교신문 윤관명·이여원 기자.

 

교단의 중요한 변화들은 반드시

대중과의 소통과정을 거쳐야 한다.

조직은 아무리 소통을 해도 조직 자체가 제한돼 있다.

지금은 조직 소통을 넘어서서 대중 소통을 해야 한다.

밝은 시대가 됐다.

- 재가교도들과의 소통 창구 마련이 필요하다. 재가출가 교도들과의 언로와 소통 확대를 어떻게 해나갈지 궁금하다.

“교단의 중요한 변화들은 반드시 대중과의 소통과정을 거쳐야 한다. 조직을 통해서 하는 소통은 아무리 소통을 해도 조직 자체가 제한돼 있다. 지금은 조직 소통을 넘어서서 대중 소통을 해야 한다. 밝은 시대가 됐다. 좌산상사께서 ‘자기주장을 하더라도 정당한 데 바탕해 합리적으로 주장하고, 합리적인 사고로 문제를 토론하면 합의 못 이룰 것이 없다’라고 했다. 우리 교단 일도 앞으로 합리적으로, 상식에 바탕 해서 의견교환을 하면 안 통할 것이 없다고 본다.”


- 재가교도들의 소외감, 교단에 대한 실망과 불만 등 소통과 불통에 대한 우려가 깊다.

“이번 일을 통해 절실히 느낀 것은 재가교도들의 역량이 월등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일사에 관한 판단은 출가보다 재가교도들의 판단이 더 좋을 수 있다. 앞으로는 재가와 함께하는 방법을 여러 각도로 연구해야 한다. 재가들을 위한 공청회 등 방법을 잘 생각해보면 좋겠다. 나는 수위단회에도 재가 전문위원의 수를 늘리면 어떨까 싶다. 중앙교의회가 매월 한 번씩 의장단을 모아서 논의하고, 재가교도들의 창구가 되려고 상당히 노력하고 있다. 중앙교의회의장을 의장단협의회에 참여시킨 것도 중요한 일이고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 일련의 상황 속에서 많은 교역자가 상처를 받았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

“후진들에게 면목 없고 미안한 마음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회상은 소태산 대종사께서 건설한 주세회상이고 진급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회상이다. 때문에 교단에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해서 회상의 앞날이 어두워지는 것이 아니라 그 일로 인해 회상이 더 잘 되고, 좋은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생겼기 때문에 더 잘 된다’는 대산종사법문이 있다. 교단도 그런 게 없이 크면 더 좋겠지만, 어떤 때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해서 교단 앞날을 어둡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 일로 인해 더 좋아지고 밝아지도록 모두가 희망을 가지고 노력하자.”


- 선거가 치러지고 나면, 대중의 개혁 요구에 맞춰 교단 개혁을 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구상은.

“소태산 대종사께서 ‘개벽’을 말씀하셨으니 개혁을 주저할 필요가 없다. 소태산 대종사의 교법정신이 살아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개혁을 멀리 볼 필요가 없다. 가까이 지자본위 하나만 보아도 그렇다. 하지만 개혁과 혁신이란 것이 막상 하려고 하면 관습 때문에 어렵다. 그것이 우리의 한계다. 따라서 ‘소태산 대종사의 정신에 맞느냐 안 맞느냐’가 표준이 되어야 한다. 개혁이라는 것이 제도만 바꾼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취임할 때 이야기한 것처럼 개인도 소태산 대종사 정신으로 거듭나야 하고, 교화현장도 소태산 대종사 정신에 맞게 교화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어찌 보면 이번 사태가 큰 동력이 될 수 있다. 재가출가 교도 전체가 힘을 합해야 한다. 교단을 운영하는 데도 ‘소태산 대종사 정신에 맞게 일을 하려고 하는데 교헌 때문에 일이 안 된다’고 할 때는 교헌도 손볼 수 있다.”
 

전산종법사.

 

올해 교단사에 불미스러운 큰 사건이

두 가지나 일어나 정말 재가출가 교도들을

볼 면목이 없다. 하지만 다른 면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일들로 인해 교단의 큰 변화를 촉구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 그동안 교단은 교화단체제와 행정체제를 일원화해서 운영해왔다. 두 체제의 이원화에 대한 목소리가 있다.

“두 가지 다 일리가 있다. 그걸 어떻게 조화시켜 가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로 보인다. 수위단원이 현장 일에 너무 매여 일을 하다 보면, 중심의 일을 놓치기 쉽다. 정신적인 면과 행정적인 면이 일치되어서 좋은 것도 있고, 일치되기 때문에 현실 일에 끌려 수위단 일에 어려움이 있기도 한다. 연구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수위단 직책이 주직이다. 그런데 주직을 놓고 부직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보완해야 할 사안이다.”


- 재가출가 교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올해 교단사에 불미스러운 큰 사건이 두 가지나 일어나 정말 재가출가 교도들을 볼 면목이 없다. 하지만 다른 면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일들로 인해 교단의 큰 변화를 촉구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재가출가 교도가 오히려 더 하나 된 마음으로 소태산 대종사의 법을 잘 받들어서 쇄신해 나가자. 순경을 당하면 순경대로, 역경을 당하면 역경대로 극복해 가는 것이 우리 공부 아닌가. 이번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이미 일어난 일로 너무 마음 상하거나 교단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태산 대종사의 일원대도 회상에 들어와 큰 법을 받들었기 때문에 그 마음으로 더욱 노력해가자. 다시 한 번 미안한 마음으로 거듭 사과드린다.”


- 원불교신문·월간원광·한울안신문 공동취재단
 

10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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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도현 2021-10-06 09:22:45
教化者가 教化대상자의 마음을 모른다면
어찌 教化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