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해피엔딩
상태바
[동행] 해피엔딩
  • 조상덕 교도
  • 승인 2021.10.04 22:15
  • 호수 12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행

사람은 누구나 해피엔딩을 꿈꾼다. 하는 일이 좋은 결과를 거두거나 아이가 건강하게 커 주기를 바라는 것은 대부분 사람이 지닌 보편적 바람이다. 나 역시 영생의 해피엔딩을 꿈꾸며 뒤늦게 공부에 발동이 걸렸다.

그 시작은 올해 새로이 부임한 교무님들이었고, ‘옳거니!’ 하는 마음으로 반년 동안 열심히도 스승님이 놓아준 디딤돌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더랬다. 그러다 얼마 전, 덜컥 공부길에 제동이 걸렸다. 아버지 열반기념제로부터 시작된 의문은 점차 법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옮겨붙었다. 일원의 진리, 신앙의 대상과 실체와 같은 굵직한 것들을 향한 불신이 한 겨울 장작이 타듯 피어올랐다.

교당을 밥 먹듯이 들락거리며 스승님과의 문답을 멈추지 않았다. 문답이라고 하지만 싸우자고 작정한 사람처럼 달려들기 일쑤였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시위하듯 향을 피워대며 항의했다. 어떻게든 사은님의 응답을 구하고 싶었다.

나를 집어삼킬 것 같던 의심과 불신의 폭풍우, 그 어느 즈음을 지나고 나니 짐짓 고요한 시간이 찾아왔다. 들꽃처럼 피어난 의문들은 여전히 마음 밭을 덮고 있었지만, 그 사이로 ‘보통의 박중빈’이 보였다. 그가 깨달은 우주의 규칙과 영원불멸한 행복. 그는 이것을 인류와 얼마나 나누고 싶었을까? 함께 행복하기를 또 얼마나 바랐을까? 이리 생각하니 한쪽 가슴이 시큰했다.

처음으로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에 대한 진짜 신뢰가 싹을 틔웠다. 그의 일생이 이 모든 것을 믿어도 좋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보통의 박중빈을 믿고 그가 말한 모든 것들을 처음부터 더듬어보려 한다. 얼마나 걸릴지, 이것이 제대로 된 신앙인지 알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묵묵히 그의 뒤를 따라가 보련다. 그렇게 가다 보면 어느샌가 모든 것이 청명해지고, 그 아래에서 해사하게 웃는 그를 닮은 나를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바라보면서 말이다.

10월 8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