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의 향기] 평화통일운동가에서 세계시민운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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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의 향기] 평화통일운동가에서 세계시민운동까지
  • 박혜현 객원기자
  • 승인 2021.10.22 17:44
  • 호수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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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 평화마라토너, 중곡교당
강명구 평화마라토너는 10월 20일 제주 한라산 백록담에 올라 올해 4번째 2021 평화달리기를 시작했다. 

 

“불씨는 불씨와 만나 불꽃으로 피어납니다. 아직은 작은 불씨에 불과하지만 서로의 가슴 속에 품었던 통일의 불씨를 꺼내 이으면, 누구도 막지 못할 통일의 불길이 일어날 것입니다.”

오늘도 강명구(법명 진성·중곡교당) 평화마라토너는 평화·통일에 대한 개인과 국민의 염원을 담아 ‘2021 한라에서 백두까지: 강명구의 평화달리기(10월 20일~11월 7일)’를 이어가고 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평화달리기’는 올해로 4회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년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올리듯이 남북통일이 될 때까지 계속하려 합니다”.

 

달리는 평화통일운동가

그는 지난 4월 말에서 6월 초까지 ‘남북정상 합의사항을 국회에서 비준해 달라’고 요구하며 국회 주위를 탑돌이 하듯이 돌았다. 이때 국회의원 180명에게 서명을 받아 현재 국회에서 통과되길 기다리는 중이다. 또한, 7월에는 ‘철조망을 뛰어넘자’는 타이틀로 찌는 듯한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성에서 강화도까지 비무장지대(DMZ)를 따라 달렸다.

1년 반 전에 갑자기 찾아온 뇌졸중으로 후유증을 겪고 있는 그인데, 하루도 아니고 많은 날을 이렇게 달리는 것이 무리는 아닐지 걱정이 앞섰다. 그는 꾸준히 운동하는 게 치료라 생각하여 매일 아침 10km씩 달리며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10km 달리는 데 50분이 걸렸다면 아프고 나서는 두 시간 이상 걸렸어요. 꾸준히 노력한 결과 이제는 1시간 10분이 걸려요. 건강할 때의 기록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서 다행이지요”.

몸 한쪽이 마비된 상황에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불굴의 의지로 달리기를 계속하며, 통일과 평화를 위한 마라토너로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과연 뭘까?

“재활도 재활이지만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뒤늦게 찾은 ‘달리는 통일평화운동가’라는 귀한 꿈 때문입니다”.

 

 

유라시아횡단 평화마라톤

2015년, 미국대륙횡단 마라톤을 뛸 때는 ‘나는 과연 누구인가. 나를 찾자’는 개인적인 작은 목표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125일간 5000km를 달리며 그는 남북평화 슬로건인 ‘Run to reunite korea’라는 문구를 달고 달렸다. 미국대륙횡단을 완주하던 날, 한 기자와의 인연으로 그는 다음 도전(유라시아횡단 평화마라톤)까지 계획하게 되었다고.

2017년에는 원불교 성주성지 사드배치 강행 중단을 외치며 제주 강정에서 광화문까지 663km를 달리며 소리 없이 평화를 외쳤다. 그 후 14개월 동안(2017년 9월 1일~2018년 11월 15일) ‘유라시아횡단 평화마라톤’으로 지구 반 바퀴를 달리며, 한국 분단의 아픔과 고통을 세상에 알렸고 평화의 씨앗을 곳곳에 뿌렸다. 이렇게 남북평화통일을 염원하며 달리고 달린 그를, 세상 사람은 ‘강명구 평화마라토너’라 부르기 시작했다.

 

마라톤 작가

“나를 발견하고자 시작한 마라톤으로 결국 나를 찾았고, 또한 내가 해야 할 일도 찾았습니다. 통일 평화운동가에 머물지 않고 이제는 세계시민운동까지 하고 싶습니다”.

그는 뛰면서 길 위에서 마주친 각 나라의 문화와 역사와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써서, 이미 두 권의 여행기를 세상에 내놓았다. 내년 4월에는 ‘유라시아 횡단 마라톤’의 여행기가 세 권(각 400p)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어릴 적 꿈이 세계여행과 작가였는데, 현재 저는 두 가지를 모두 이뤘습니다. 마라톤하며 세계여행도 하고, 마라톤 작가도 되었고, 평화통일운동가도 되었으니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두 발로 지구 한 바퀴를 달리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화려하고 웅장한 문화유적과 멋진 경관도 많이 봤지만, 각 나라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나눠준 친절한 마음과 스스럼없는 웃음이 가장 소중했다”라고 망설임 없이 답한다.

 

 

대동강 가를 달릴 때까지

뛰다 보면 어느 순간 모든 고통과 기쁨까지 잊고 고요한 경지인 무아지경 삼매에 빠진다는 그. 가도 가도 변화도 없고 끝도 없는 카라쿰 사막에서 영주를 외우며 무료함과 고통을 이겨내고 대자연과 하나 되었던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니, 그는 ‘2017년 유라시아횡단 평화마라톤’으로 달려왔던 길을 거꾸로 다시 가보고 싶다고 한다.

“달리는 중간에 지나는 각국의 평화지도자들, 종교지도자들과 환경지도자들을 만나고 싶어요. 마지막은 교황청에 가서 교황을 만나 ‘평양에 같이 가보자’고 요청 드리고 싶어요."

세계 최초로 발로 뛰어 지구 한 바퀴를 돈 강명구 평화마라토너.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라면 극한의 고통과 뼈를 에이는 외로움조차 그에겐 기쁨으로 승화가 된다. 미완의 구간 북녘땅이 열려, 환희 속에 대동강 가를 달릴 때까지 그의 마라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강명구 평화마라토너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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