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것이 그 존재의 모든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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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것이 그 존재의 모든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 박선국 문화평론가
  • 승인 2021.10.26 00:07
  • 호수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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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공부 27
사도 (The Throne, 2014)
감독: 이준익
배우(배역): 송강호(영조), 유아인(사도세자), 문근영(혜경궁)

 

영화 줄거리

영조는 그의 아들이자 세자인 이선을 뒤주에 가둔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영조와 대립하던 세자가 반역을 꾀했기 때문이란다. 늦은 나이에 아들을 얻어 그 누구보다 기뻐했으며 어려서 누구보다 총명했기에 자신의 뒤를 이어 현명한 왕이 되어 주기를 바랐던 세자가 왜 무슨 이유로 왕에게 맞선 것일까? 왕과 세자 이 둘의 관계는 이제 더 가까워질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 것일까?

 

영화 〈사도〉는 역사적으로 이미 잘 알려진 조선시대의 사도세자와 그의 아버지 영조 사이에 벌어진 사건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게 되는 7일간의 시간을 중심으로 각 인물의 과거 이야기를 엮어 가며 흥미 진지함과 겸하여 슬픈 이야기를 동시에 해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영조와 사도세자 그리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주인공 사도세자의 죽음이 왜 일어나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우리에게 자세히 알려주는 듯하다.

영화는 인물 한 명 한 명의 이야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짜깁기하듯 엮어 가며 그들의 관계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받게 되었는지 어떤 상황과 배경 속에서 그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말해주지만, 그 누구 하나 사도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왕으로서의 영조는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그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하여 언제나 긴장하고 마음 졸이는 상태의 인물처럼 보인다. 타인의 시선 특히 군신들의 시선을 매우 심각하게 의식했다. 세자에게 엄격하게 가르쳐야만 자신의 뒤를 이어 왕위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아들이 왕이 되어 신하들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공부도 완벽하면서 몸차림 또한 또렷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기에 언제나 아들에게 거리를 두고 차가운 듯 대할 수밖에 없었다. 사도세자가 원했던 따뜻한 눈길이나 다정한 말 한마디는 아들에게 독이 될 거라는 생각이 그를 지배하였기에 더욱 혹독하고 매섭게 그를 대하곤 한다.

그러나 그것은 아들 사도세자에게 반작용만 낳을 뿐이었다. 사도세자는 아버지의 큰 꿈을 이루는 것보다 자신의 작은 꿈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했기에 아버지를 충족시키지 못한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더하여 자신의 꿈을 인정하지 못하는 아버지에 대한 반감은 커져만 갔다. 그렇게 그 둘은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만 드러난 모습만으로 서로를 판단하게 되었고 그런 그 둘의 관계는 결국 죽음이라는 파국에 다다른 것이다. 아들의 죽음에 눈물짓는 아버지 영조의 모습이 애처로움과 함께 원망심이 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영화는 사도세자 사후 14년 정조가 영조를 이어 왕이 된 후 그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 앞에서 아버지를 기리며 춤을 추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되어 자유롭게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을 춤으로 표현하는 아들 정조의 모습은 마치 아버지가 이제 모든 한을 풀어내길 바라는 일종의 살풀이처럼 보인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그 질긴 악연을 풀어주는 손자의 춤사위는 아련함을 불러일으킨다

소태산 대종사는 우리 각자가 부처라 하셨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나 행동 그리고 말이 어떠하든 부처인 것이다. 우리는 종종 상대의 드러나는 모습에서 중생의 것만을 보며 판단하곤 한다. 우리는 지금 그저 중생의 탈을 쓰고 잠시 중생처럼 살아가는 부처임을 환기해볼 일이다.

10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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