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Connecting the d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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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Connecting the dots
  • 조상덕 교도
  • 승인 2021.11.09 01:31
  • 호수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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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애플의 CEO이자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의 아버지로도 잘 알려진 전설적인 경영자, 스티브 잡스. 그는 생전 스탠퍼드 졸업 축사에서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중퇴한 대학교에서 우연히 들었던 캘리그라피 수업이 매킨토시 컴퓨터 개발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며, 인생을 ‘Connecting the dots(점들의 연결)’라 비유했다.

지은 대로 받는다는 인과는 한때 내게 원망의 대상이었다. 겪고 있는 모든 일이 기억나지도 않는 어느 때에 스스로 지은 거라 하니, 그것이 못내 억울하고 원통했던 것이다. 마치 모든 것이 네가 한 짓이니 불평불만 그만하고 살라는 압박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중 스티브 잡스의 연설을 듣고 인과의 세밀한 법칙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1번 원인≠1번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과의 대의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듯한 이 공식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하나가 들어가면 하나가 나온다는 큐(Queue) 방식을 거부한다. 일상에서 이미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인과의 작동은 수많은 원인 요소의 곱하기 연산을 통해 이루어진다. 즉, 모든 것을 O, X로 양분하여 점수를 매기고 각각의 요소가 업이 되어 받는 것이 아니다. 각자가 지닌 유무형의 자산을 나열하여 목적하는 바에 따라 도안을 그리고 바느질하여 그 결과를 수용하게 되는 것이 곧 인과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인과는 무엇을 지었느냐 만큼이나 어떻게 엮을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스티브 잡스 역시 본인 삶의 다양한 속성, 예를 들면 대학 자퇴, 교양 수업, 타고난 비즈니스 감각, 자신을 입양한 양부모에 대한 사랑 등의 자산을 세밀하게 꿰어 매킨토시를 탄생시켰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인과는 매우 적극적인 삶의 수단일 뿐 아니라 주어진 삶을 재평가하게 하는 새로운 프레임이다. 2021년을 한 달여 남겨놓은 지금 더 늦기 전에 각자의 점과 도안을 찾는 노력을 해보는 건 어떨까? 혹시 아는가. 지금의 삶이 지옥에서 천국으로 바뀌는 전환점이 될지.

글/ 조상덕·일산교당 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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