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평화마을 짓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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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평화마을 짓는 사람들
  • 정형은 교도
  • 승인 2021.11.23 03:01
  • 호수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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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평화마을짓자 사람들은 어린이가 신나게 뛰놀 수 있는 마을을 꿈꾼다.


‘예술로 농사짓고 농사로 평화짓자!’

지난해 여름 사단법인으로 전환한 뒤, 올해 파주 적성면 평화마을에는 많은 일이 생겼다. 농사를 잘 아는 사람 없이 삼 년째 농사를 짓다가 ‘퍼머컬처 디자인코스’를 열어 한 달에 한 번씩 새로운 농사법을 온종일 배웠다. ‘1+1=1’이라는 평화마을의 가치를 표현하는 밭 디자인을 하고, 가운데 동그란 동산에 갖가지 허브를 심으니 나비와 벌에 이어 새들이 날아와 노닐었다. 밭두둑을 30㎝ 이상 높이 올려 물을 거의 주지 않고, 고랑을 넓게 하되 풀이 나지 말라고 신문지-상자-폐펼침막-제초매트-발효볏짚으로 다섯 겹 멀칭(덮기)을 했다. 천지은·동포은에 보은하는 마음으로 화학비료와 제초제는 물론 비닐도 쓰지 않고, 커피 찌꺼기와 발효볏짚을 덮어 다양한 작물과 꽃들이 어울려 자라게 했다.

자연이 자연을 제어하고 조화롭게 한다는 퍼머컬처(Permaculture)의 철학과 농법을 소란(유희정) 퍼머컬처 디자이너(멘토)에게 배우며 다들 새롭고 놀라운 세계에 흠뻑 빠져들었다. 흙 속의 탄소가 나오지 말라고 경운기를 쓰지 않고 호미와 낫과 삽으로 일하는 우리는, 머리를 많이 쓰는 도시 생활을 벗어나 허리가 아프도록 삽질을 하고 낫질을 하면서 행복해했다. 991.73㎡(300평) 밭을 스무 명이 삽으로 두둑을 만드는 데 두 시간, 한반도 모양으로 330.57㎡가량 연못을 만드는 데 세 시간도 안 걸렸다. 흙을 만지며 일을 하노라면 무념무상 무아의 경지에 저절로 들어간다. 농사는 최고의 예술이고 수행이다.

여섯 겹 비닐하우스에 학교에서 내버리는 책걸상 서른 개를 얻어다가 교육동으로 꾸미고 문 닫는 음식점의 주방 세트를 통째로 사다 놓으니 식당도 제법 근사해졌다. 하천부지라서 물에 잠기는 밭 가장자리를 ㄷ자로 깊게 물길을 내어 연못으로 흘러 들어가게 했다. 2주에 한 번씩 정기 밭일을 하지만 일은 차고 넘쳐, 시간 되는대로 회원들이 와서 일하고 꽃과 작물 사이를 누비며 향기를 맡고 열매도 따곤 했다. 백 명 넘는 회원 가운데 파주와 서울 회원이 절반씩 되고 농부, 예술가, 교원, 출판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

평화마을 농부들은 밭두둑을 30㎝ 이상 높이 올려 물을 거의 주지 않고, 고랑을 넓게 하되 풀이 나지 말라고 신문지-상자-폐펼침막-제초매트-발효볏짚으로 다섯 겹 멀칭(덮기)을 했다.


게다가 삼월부터 보아둔 파평산 밑자락 땅에 본격적으로 마을만들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문전옥답이라고 집 앞에 논밭이 있어야 하는데 멀리서 와서 일하려니 안 되겠다 싶어 접경지역 파평면에 작은 땅을 계약했다. 에너지 자립과 쓰레기 없는 마을, 빗물 저금통 등 평화로운 생태 마을을 만들기로 하자 16가구가 신청을 해서 ‘다모임’을 계속하며 마을의 상을 잡아가고 있다. 그럴듯한 전원마을이 아니라 80평씩 사서 20평은 공유지로 내놓고 거기에 공유 부엌부터 지으려고 한다. 접경지역에서 평화와 생명을 살리며 서로 어울려 사는 소박하고 생태적인 마을공동체를 만들며 우리는 꿈꾼다.

어린이가 신나게 뛰어놀고 청소년의 방황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마을, 청년이 중심이 되어 구슬땀을 흘리는 마을, 쓰레기가 오히려 자원이 되는 마을, 농사를 통해 자신을 스스로 먹여 살리는 마을, 예술가가 마음껏 창작하고 그것을 즐기는 마을, 노인들의 지혜가 곳곳에 스며있는 마을, 마을 사람들과 자연환경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마을…. 그리하여 평화마을이 전국으로 퍼져나가 어디를 가든 평화마을일 때 마침내 한반도는 평화로운 땅이 되리라는 간절한 꿈! 함께 꾸는 꿈이기에 언젠가는 이루어지리라는 믿음으로 우리는 오늘도 평화마을을 짓는다.

정형은<br>여의도교당 교도<br>​​​​​​​청소년문화연대킥킥 대표
정형은
여의도교당 교도
사단법인 평화마을짓자 이사장

11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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