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교무] 온 우주가 힘을 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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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교무] 온 우주가 힘을 써서
  • 강동현 교무
  • 승인 2021.11.23 03:03
  • 호수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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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교무의 길 18
강동현<br>군종교구 ​​​​​​​칠성교당 교무<br>
강동현<br>군종교구 칠성교당 교무<br>

 

일요예회가 있는 아침, 교당 문을 여니 바람결에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잠시 멈춰 마음을 챙긴다. 나뭇잎이 “안녕”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나뭇잎을 향해 “또 만나”라고 인사를 건네 본다. 고요한 숨결 속에 나누는 이 대화가 좋다. 나뭇잎 하나에 온 우주를 느끼는 최고의 순간이다.

그때였다.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린다. 마음을 옮겨 보니 피어나는 새싹들이 보인다. 바로 원불교 교도장병들이다. “교무님! 안녕하십니까?”라고 힘차게 인사한다. 새싹들을 향해 “온 우주가 힘을 써서 탄생한 귀한 사람들 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넨다. 나뭇잎과 교도장병들의 인사는 완벽한 일음일양(一陰一陽)의 이치다.

그 이치는 소태산 대종사의 ‘인과보응의 이치가 음양상승(陰陽相勝)과 같이 되는 줄을 알며’라는 법문을 떠오르게 한다. 실제 이 법문은 장병들을 살리는 강력한 힘이 있다. 그 힘은 ‘부대안전기도회’ 때 발휘된다. 기도회는 일반적으로 기독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순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원불교 군종장교가 마무리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원불교 순서가 돌아오면 장병들에게 서로 손을 맞잡게 한다. 기도를 올린 후 맞잡은 손을 풀지 않게 한다. 그리고 눈빛 교환을 시킨다. 이어서 서로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게 한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진다. 모두를 살리는 웃음이다. 그 웃음 속에 소태산 대종사의 법문을 심어 준다.

“여러분은 온 우주가 힘을 써서 탄생한 귀한 사람들이다.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하고 완벽한 존재다. 나와 전우를 귀하게 대해달라”고 말하고 음양상승의 이치를 좋은 날과 나쁜 날로 풀어준다. 장병들의 눈빛은 한없이 초롱초롱해진다. 그리고 뜨거운 포옹과 간식을 나누며 마무리한다. 고되고 힘든 군 생활에 편안함과 위로를 주는 순간이다.

기도회 후 부대 지휘관들은 만족을 넘어 자주 와달라는 부탁을 한다. 완벽한 신앙전력화이다. 부대를 나서면서 이웃종교 군종장교들은 군종이 있어야 하는 이유라고 말한다. 연신 공감을 하면서도 마음 깊이 고요한 숨결을 찾고, 간절한 마음으로 심고를 올린다. ‘온 우주가 힘을 써서 존재하는 일체 유정무정 만유 동포가 평화 안락한 세상에서 살게 하옵소서.’

예회에 참석하기 위해 온 새싹들을 살펴본다. 귀하고 소중하다. 군종병이 웃으면서 “교무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집니다”라고 말한다. 군종병에게 “소태산 대종사께서 그렇게 시키셨어. 너도 꿀 좀 먹어볼래?”라고 말했다. 손사래 치며 예회 준비를 하러 가는 군종병 사이로 소태산 대종사의 진영이 보인다.

가을의 끝자락! 그리운 소태산 대종사를 마음에 모시며 합장 인사를 해본다. 소태산 대종사가 “온 우주가 힘을 써서 탄생한 귀한 사람 안녕!”이라고 말하며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듯하다. 충만한 마음으로 뒤를 돌아서는데 바람결에 교당으로 나뭇잎 하나가 들어왔다. 나뭇잎이 말한다.

“또 만나”.

11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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