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조삼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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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조삼모사
  • 이여진 교도
  • 승인 2021.12.07 11:44
  • 호수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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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이여진 강남교당 교도<br>서울교사회장<br>
이여진
강남교당 교도
한겨레중고등학교 교​장

원숭이를 유난히 좋아한 송나라 시대의 저공은 이들을 많이 키웠다. 그런데 원숭이의 수가 증가하면서 먹이가 부족해지자 키우던 원숭이들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씩 주겠다.” 그러자 원숭이들이 모두 화를 내면서 반발했다. 그러자 저공은 할 수 없다는 듯이 “그럼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겠다”라고 했다. 그러니 원숭이들은 모두 좋아서 환호성을 질렀다. 흔히 우리가 아는 고사성어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유래로 중국의 고서 『열자』의 ‘황제편’에 나오는 우화다.

우리는 흔히 이 말을, 저공과 같이 잔술수를 부려 원숭이를 속여먹는 간교함을 비난할 때나, 원숭이처럼 한 치 앞만 바라보는 어리석음을 조롱할 때 사용하곤 한다.

그런데 요즘 여기저기서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를 조삼모사에 빗대어 말하고 있다. 재난지원금이든 방역지원금이든 이름이야 무엇이 되었던,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현금을 도토리 4개에 비유한 것이다.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슈퍼 추경을 통과시킨 정부는 국민복지를 명분 삼아 각종 무상 현금지원을 내세우고 있으며, 특히 2022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여야 할 것 없이 공약으로 선심성 현금다발 뭉치를 들고 유권자들에게 흔들어 보이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코로나19로 잔뜩 위축된 경기부양을 위한 조치라는 긍정 평가에서부터, 제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니 일단 인심을 써서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려는 정책이라는 둥, 더 나아가 조삼모사로 국민을 현혹하는 기만정책이라는 등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가 등장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 채무비율은 2021년 이후에는 10년마다 30% 가까이 급격하게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현상은 세계적으로 볼 때, 매우 이례적인 일로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향후 10년 후에 우리의 채무비율은 GDP의 75.5%에 이르게 되고, 2050년에는 OECD 평균 채무비율을 훨씬 넘어 13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채무비율은 공무원 및 국민연금 적립금을 소진시키고 만성적인 재정 불안을 초래하여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러니 작금의 현금지원정책에 대해 나라의 곳간을 탈탈 털고 새 돈을 찍어내어 국민을 현혹시키기 위한 조삼모사식 정책이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이유이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책상에만 앉아 주판알을 튕기며 자신들의 조직과 정파에 미칠 이해득실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이것이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임을 인식하고 꼼꼼하게 분석하고 면밀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대선 때마다 출마하는 모 후보가 있다. 그가 맨 처음 국민에게 현금을 뭉치로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을 때 우리가 어떻게 반응했는가? 온 나라가 그를 비웃으며 비아냥거렸지만 이제 대부분 후보가 그를 따라 하는 모양새가 아니던가. 한두 후보가 아니라 여럿이 선심성 공약을 내세우다 보니 이제 지원을 비판하는 후보가 야박하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잘 나가던 남미 국가를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이 대중 영합 정치를 일삼은 포퓰리즘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정치인들도 ‘눈 가리고 아웅’식의 정책을 통해 국가 재원을 자신들의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남용해서는 안 되며, 유권자들도 향후 짊어질 국민의 부담을 살피지 않고 우선 던져주는 도토리 4개에 ‘아이구 좋아라’ 춤을 추는 원숭이의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 그동안 연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2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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